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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알고보니 사용불가 살충제” 나사 풀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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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기준치 미만 사용 가능”

이틀 뒤 “친환경엔 불가” 번복

잘못 판정받은 계란 유통 가능성

살충제 검출 총 6곳으로 늘어나

중앙일보

국내 산란계농장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직후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했던 대형마트가 하루 만인 16일 오후 정부의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제품에 대해 판매를 재개했다. CU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 또한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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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엉터리 정보를 40시간 이상 유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닭에 기생하는 이를 죽이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비펜트린은 허용기준치 미만일 경우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해 왔다. 개와 고양이의 벼룩과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피프로닐은 닭에 일절 사용할 수 없지만 비펜트린은 0.01㎎/㎏ 미만 사용 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농식품부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주재한 16일 오후 2시 브리핑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두 시간 뒤인 오후 4시 기존 설명을 뒤집었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다시 알아보니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은 비펜트린도 전혀 사용하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일반 양계 농장은 0.01㎎/㎏ 미만의 비펜트린 사용이 가능하고, 친환경 농장은 사용할 수 없는데 혼동했다는 얘기다.

결국 농식품부는 국산 계란에서의 살충제 성분 검출 사실을 공식 발표한 14일 오후 11시40분부터 16일 오후 4시까지 40시간 이상 엉터리 정보를 제공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기준의 적용으로 ‘살충제 계란’에 적합 판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15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리농장(08마리)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경기도 광주시 우리농장(08LSH) 계란에서 비펜트린이 검출됐다고 설명하면서 “전북 순창군의 농장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라 문제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순창군 농장의 계란은 적합 판정을 받아 폐기·회수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16일 오전 5시까지 245개 농장의 계란에 대한 검사를 완료해 이 중 4곳을 제외한 241개 농장의 계란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리고 시중 유통도 허용했다. 순창군 농장의 계란은 241곳 중 하나로 분류됐기 때문에 대형마트 등에 이미 풀렸을 수도 있다.

241개 농장 계란 적합 … 대형마트 등 판매 재개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가 비펜트린을 일반 농가에 적용되는 기준치 미만 사용했더라도 당장 회수 및 폐기 대상은 아니다”며 “친환경 인증 마크를 떼고 일반 계란으로 판매하면 유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곳의 계란이 시중에 풀렸는지, 친환경 마크를 떼고 판매되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6일 오전 당·정·청 협의를 갖고 피프로닐이 조금이라도 검출되거나,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넘는 계란을 전량 회수,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일보



이날 하루에만 네 곳의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살충제 계란 농장 수는 총 6개로 늘어났다. 순창군 농장을 포함하면 7개다. 전날까지 경기도에 한정돼 있던 농장 소재지도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5일 밤 강원도 철원군 지현농장(09지현)의 계란에서 피프로닐 검출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도 양주시의 신선2농장(08신선농장)에서도 기준치(0.01㎎/㎏)를 넘는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대형마트·수집판매업체 등 시중에 유통된 계란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전남 나주시 정화농장의 ‘부자특란’(13정화)과 충남 천안시 시온농장의 ‘신선대란 홈플러스’(11시온) 등 2개 브랜드 계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비펜트린을 확인했다. 아직 모든 농장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전날 사실상 전면 중단됐던 계란 판매는 이날 오후 일부 재개됐다. 적합 판정을 받은 241개 농장의 계란이 풀렸고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전화해 “주무 부처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중복 발표가 되는 상황”이라며 “총리가 종합관리해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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