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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로하니 “미, 이란 제재 계속하면 핵프로그램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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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제사회, 2015년 핵합의 타결 뒤 ‘이란 협정 준수’ 판단

이달초 미국이 일방적 추가 제재하자 “협정 위반” 반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개는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추가 제재 법안에 서명한 데 따른 반발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15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새로운 당국자들은 제재와 강제 추방 등 이전 정부의 실패한 경험이 결국 그들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그 경험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한다면, 이란은 몇주나 몇달이 아니라 며칠 또는 몇시간 안에 분명히 이전보다 훨씬 더 진전된 상황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강행을 겨냥해 “국제 협약을 무시해 온 건 미국 정부,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라며 “세계와 동맹들에게 미국은 좋은 파트너도 신뢰할 만한 협상 대상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세계를 볼모로 잡기 위해 핵 협정을 이용할 수 없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욕 타임스>는 로하니 대통령의 “더 진전된”이라는 언급을, 우라늄 농축도를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란은 2013년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P5+1)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잠정 합의를 도출한 이후 순도 20%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했다. 2015년 최종합의안이 타결됐고 이후 ‘3.67%’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원자력청장 등 이란 당국자들은 ‘상업용’이라는 전제로 “미국인과 그들의 지지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20% 농축이 가능하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5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결과를 토대로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유럽연합(EU)은 합의대로 대이란 투자를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거 없이 핵합의를 “재앙”으로 규정하면서 폐기를 주장해왔고, 일방적으로 합의 이행을 늦추고 있다. 지난달 말 미 의회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다른 활동을 문제삼아 북한, 러시아와 함께 이란을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을 승인했고, 트럼프는 2일 법안에 서명했다. 새 법안은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우주항공 기관과 개인·단체 등 18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삼는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중단이 검증된 상황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은 합의 위반이 아니며, 제재가 오히려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조처는 핵합의뿐 아니라 지난 5일 두번째 대통령 임기 4년을 시작한 로하니의 정치적 입지도 위축시키고 있다. 로하니는 집권 1기의 최대 치적으로 핵합의를 통해 서방의 제재로부터 벗어난 점을 꼽는다. 미국을 불신하는 이란 강경파들은 미국이 합의를 깼다며 로하니를 압박하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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