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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76년 결혼생활 후 17시간 차이로 영면한 뉴질랜드 90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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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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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76년을 함께 산 90대 부부가 불과 17시간 시차를 두고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북섬 템스에 사는 94살 윌리엄과 97살 에바 부부가 각각 10일 자정과 17시간 뒤인 다음날 새벽 눈을 감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부부의 딸 잰은 "아버지는 어머니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아버지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라며 , 오래전부터 갈 때는 함께 가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슬하에 자녀 6명과 손자·손녀 24명, 29명의 증손, 6명의 현손을 둔 이들 부부는 지난 1938년경 타이루아라는 시골 마을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당시 에바는 타이루아에 하나밖에 없는 부모 잡화점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었고, 템스 인근 마을에 살던 윌리엄은 타이루아에 있는 한 목장으로 옮겨와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었습니다.

첫눈에 반한 이들은 1941년 결혼에 골인했고, 지난 7월에는 결혼 76주년 축하연도 열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윌리엄도 이날만은 침대에서 나와 에바와 옛날을 회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결혼 뒤 타이루아에 있는 에바네 가족 젖소목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부부는 윌리엄이 1942년 투루아에 있는 아버지 젖소목장을 넘겨받으면서 평생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부부는 1978년 목장 일에서 은퇴하고 템스 읍내로 나와 조그만 목초지에서 돼지와 닭, 마차를 끌고 달리는 하네스 레이싱용 말을 키우며 살았습니다.

대회에서 우승한 말도 여럿 길러 냈습니다.

딸 잰은 아버지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일어나 말과 돼지와 닭들을 돌보았고 어머니는 새벽 5시 반이면 우편함에 배달된 신문을 읽고 신문 잡지에 난 요리법을 보며 요리하거나 정원 가꾸기를 즐겼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두 사람이 일뿐 아니라 럭비와 가족, 사람들도 무척 좋아했다며 "부모님 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바로 그런 게 부모님을 오랜 세월 살 수 있도록 해준 힘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일 에바가 건강이 좋지 않은 윌리엄을 돌보다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하루 입원해 있다 나오면서 두 사람 모두 건강이 급격하게 쇠약해졌습니다.

이들은 결국 가족들이 24시간 달라붙어 정성스레 보살폈지만, 일주일을 버티다 차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딸 잰은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한 신사였다."라며, 우리가 뭔가를 해줄 때마다 반드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곤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사진=뉴질랜드 헤럴드/연합뉴스)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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