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만물상] 살충제 계란 소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화학물질의 급성 독성으로는 보통 반수치사량(LD50)을 본다. 실험동물의 반이 죽는 섭취량이다. 계란 오염 파문을 일으킨 피프로닐이란 살충제의 반수치사량은 몸무게 1㎏당 97㎎이다. 사람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60㎏ 사람이 5820㎎(5.82g)을 섭취할 경우 죽을 확률이 50%가 된다. 남양주 농장 피프로닐 최고치는 50g 달걀 하나에 0.0018㎎ 수준이었다. 사람이 반수치사량만큼 피프로닐을 섭취하려면 계란 323만개를 먹어야 한다.

▶만성 독성은 하루섭취허용량(TDI·tolerable daily intake)을 따진다. 피프로닐 경우 몸무게 ㎏당 0.0002㎎이다. 몸무게 60㎏인 사람이 남양주 농장 달걀을 하루 6.7개씩 평생 먹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하루섭취허용량을 좀 초과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루섭취허용량은 동물실험에서 일체의 이상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무독성량(NOAEL)의 100분의 1을 잡기 때문이다. 최고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뜻에서다. 따라서 사람이 실험동물과 비슷한 신체 반응이라면 달걀 670개분의 피프로닐을 매일 섭취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 된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8년 가을 멜라민 파동이 벌어졌다. 중국에서 공업용 멜라민 성분이 들어간 분유를 먹은 아이 6명이 사망하고 5만 명이 입원했다. 국내 과자류에도 멜라민이 들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큰 혼란 없이 수습됐다. 당시 식약청이 "가장 높은 농도로 멜라민이 검출된 과자를 체중 20㎏의 여섯 살 아이가 하루 17개씩 평생 먹어야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알기 쉽게 설명한 덕이 컸다.

▶피프로닐은 식용 가축엔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다. 그런데도 남양주만 아니라 다른 농가에서도 몰래 써왔을 수 있다. 외신 보도로는 네덜란드 당국이 작년 11월 피프로닐 오염 계란을 확인했으면서도 쉬쉬했다고 한다. 당국이 정보를 숨기거나 축소하다 들통나면 그다음부터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봐야 먹혀들지 않고 공포가 증폭된다.

▶가습기 살균제는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채 사용하다가 재앙을 야기했다. 피프로닐처럼 독성실험을 거친 것은 냉정히 그 수치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식품처럼 대체품이 있는 것은 한바탕 소동이 불가피하다. 소비자들이 일제히 구매 중단의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가 당분간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수없이 많은 식품 오염 사건이 그런 경로를 밟은 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혔다. 정부건 국민이건 침착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정부부터 과민 반응 아닌지 걱정이다.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