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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안보위기 아랑곳하지 않는 美대사관 앞 사드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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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2주년이었던 어제 진보진영 단체들이 미국대사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 및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 시위를 벌인 것은 '과연 우리 사회가 정상인가' 하는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 등 200여 단체가 참여한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는 어제 오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뒤 미국대사관을 거쳐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했다. 당초 이들은 미국·일본대사관을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계획했으나 법원이 미·일 대사관 뒷골목 행진을 불허해 정문 앞 시위에 그친 것이다. 불허됐기에 망정이지 북핵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이 중차대한 국면에 가장 중요한 안보동맹인 미·일 양국 대사관을 동시에 둘러싸고 적대 구호를 외치는 심각한 장면이 연출될 뻔했다. 기가 찬 일이다.

광복절 날 일본대사관 앞 시위야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대사관 앞에서 왜 시위를 벌여야 하며 광복절과 사드 배치가 무슨 상관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날 주최 측이 내건 행진의 명칭은 '주권 회복과 한반도 평화실현'이었다. 광복 이후 72년이 지난 지금 왜 주권 회복을 얘기하며 또한 왜 미국대사관에 대고 한반도 평화 구호를 외치는 것인지 역시 알 수가 없다. 우리 주권이 미국에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자 한반도 평화를 깨뜨리는 주범이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소리가 아니면 무엇인가. 1980년대 주사파 대학운동권이 외치던 구호를 30년도 더 지난 지금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핵 도발에 나선 김정은 정권을 두고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무신경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 상황에선 민족의 안녕과 생존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비핵 평화촉구 행진을 벌여야 정상이다. 이 나라 어느 진보단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김정은을 비호하면서 핵 개발을 방조하고 있는 중국을 보고서도 대사관 앞 1인 시위 한번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함께 손잡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미국은 적대국 대하듯 하고 있다. 어제 집회를 본 미국인이라면 왜 한국인들이 한반도 위기의 책임을 북한이 아닌 미국에 묻는 것인지 수수께끼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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