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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문재인 정부 100일]촛불이 낳은 정부 ‘민심의 바람’ 제대로 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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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이어졌던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촛불집회’는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전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연인원 1684만8000명의 남녀노소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로부터 문재인 정부가 촛불집회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잘한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홈플러스 무기계약직 정미화씨(57) “생활임금 보장 등 통 큰 정책 기대”

경향신문

“지난해 성과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 시위를 하던 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았다. 촛불집회에 거의 매번 나갔는데 정작 노동운동은 제대로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가 만든 정부인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는 다들 새 정부 출범 이후에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신기할 정도다. 사측 사람들이 교체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바뀐 것뿐인데도 본사에서 내려오던 억압적 지침이 이제는 없어졌다. 노조 활동을 하면 ‘빨갱이’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노동 문제와 관련해 새로 임명되는 분들을 볼 때마다 기대감을 갖게 된다.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는 게 어렵다면 4인 기준 생활임금을 보장해주는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배포로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을 계속 내놓았으면 좋겠다.”

■광주 ‘오월어머니집’ 노영숙 관장(63) “옛 전남도청 복원 조치 없어 아쉬워”

경향신문

“지난해 촛불집회에 광주 ‘오월어머니’들과 함께 매주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며 현재까지 공약을 잘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18 기념식에서 5·18 희생자의 자녀를 아버지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위로해 준 모습은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넣고, 당시 시민군본부로 사용됐던 옛 전남도청을 복원하겠다는 약속 등에 대해 아직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다. 사드 배치와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변국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발전과 민주화를 더디게 하고 적폐의 심화를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가 온 국민이 염원했던 적폐청산을 속히 끝내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평화협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꾀했으면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윤종선씨(42) “원·하청 업체 직접교섭 이뤄졌으면”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앞장서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사측과 임금교섭을 하는 입장에서 최저임금이 크게 상향 조정된 게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도 큰 성과라 생각한다. 회사에서 노사 간 분쟁 상황이 있다 보니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할 일이 많은데 예전에는 노동부 입장이 사용자 입장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노동자 편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공약에서는 원청의 책임을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현재 그런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하청업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원청은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원·하청 간에 직접 교섭도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안 보이는 구석에서는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더 추진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전 궁동 ‘타이어365’ 이동무 대표(50) “부동산 정책, 집값 상승 억제 역부족”

경향신문

“지난해 대전지역 촛불집회에 가족과 함께 10회 정도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에 충실했다고 본다. 에너지 정책을 탈원전·친환경 정책으로 바꾸는 부분과 군대를 현대전에 맞도록 해군·공군 전력을 강화하고 기계화·전문화하려는 점 등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으로는 집값 상승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거나 은행 대출 이자를 올리더라도 부동산 소유자는 월세·전세를 올려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장기간 낮은 이자로 주택을 소유하도록 하는 정책이나 분양가를 낮추고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의롭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는 사회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은 여전하다. 정부가 강한 의지와 모범적인 자세로 촛불정신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직장인 신필규씨(28·성소수자) “차별금지법 100대 과제서 빠져 실망”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 했고, 이번 정부는 인권친화적 정부가 될 것이라 천명했다. 하지만 정작 이 원칙을 지켜야 할 순간에는 너무 쉽게 내팽개치는 것 같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제외된 것만 봐도 그렇다.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이유로 보수 개신교의 극심한 반발을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아닌가. 근본적인 권리에 관한 문제라면 반대의 목소리가 있어도 원칙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군 내 동성애자 군인 탄압·색출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도 실망스럽다. 이게 무슨 인권친화적 정부인가 싶다. 촛불정신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개혁이 핵심이지만 현 정부가 이에 부합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기본적인 존엄과 관련된 가치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면 원칙을 지켜야 한다.”

■경기 성남시 주부 오태순씨(49) “정부 최저임금 1만원 의지 높은 점수”

경향신문

“지난해 촛불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다는 심정으로 서울과 경기 성남시를 오가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2016년 겨울은 영원히 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그런 느낌만으로도 촛불정신이 잘 이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정책 중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위해 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보인 것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정권 초기 ‘인사 감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평을 받던 인사가 최근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은 좀 아쉽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조급해 하지 말고성공 전략을 내밀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 지금과 같은 초심이 임기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쭉 지속되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이 시작과 끝이 같은 사람,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고등학생 유혜진양(18) “국민 얘기 들으려 한다는 느낌 들어”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에게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 촛불정신은 헌법에 정해진 대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민과 자주 소통해왔다. 이전 대통령들에게서는 보지 못한 것이다. 얼마 전에도 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을 보면서 국민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임기 중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대화하려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육·입시 정책이다. 문 대통령이 입시를 단순화하겠다고 했는데 혹시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은 정성평가가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수상경력, 독서활동 등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형편이 넉넉한 학생들은 입시컨설팅을 받으며 학생부를 관리한다고 한다. 입시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구 달성군 자영업 조운호씨(36) “민심에 기댄 포퓰리즘 정책 경계를”

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지역인 만큼 어떤 죄의식에 사로잡혀 지난해 촛불집회에 나갔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에도 박근혜 정권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집회 때문에 교통 체증이 벌어지는 등의 모습을 보며 화를 내곤 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뒤에는 앞으로도 잘못된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에 힘쓰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가진 자를 견제하고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더 다듬어서 반드시 효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과 ‘부자 증세’ 세제개편안 등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부족한 것 같다. 촛불시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포퓰리즘성 정책을 내놓고 막상 추진할 때 어려움에 부딪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학생 김준영씨(27) “상식적인 국정운영에 일단은 호평”

경향신문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이어진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처음에는 의경으로 나중에는 시민으로 각각 참여했다.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중에 의경에서 전역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요구의 분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문재인 정부의 상식적인 국정운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 부드러운 이미지의 문재인 대통령이 소신을 자신 있게 밀고 나가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을 조금 더 포용하는 협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야당에도 장관 자리를 주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주거비용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 여러 대학교에서 학교 주변에 기숙사를 늘리려 해도 지역 주민들과 협의가 잘 안되는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뿐 아니라 사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정부가 힘써주기를 바란다.”

■지하철 택배기사 조용문씨(76) “생활비 없는 노인들에겐 현금 지원”

경향신문

“지하철 택배 일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다. 일 때문에 많이 걷기 때문에 힘이 들어 주말에는 꼼짝도 안 하고 쉰다. 그럼에도 지난 촛불집회 때 2번 참석했다. 촛불집회가 없었더라면 연말까지 박근혜 정부가 연장됐을 거다. 너무 끔찍하다. 우리 사회가 모든 면에서 개선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 사건 조사, 부동산 대책 시행,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사과, 의료보험 확대 등등이 이뤄지는 것을 기대감을 갖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취업 정책은 눈에 띄지만 노인에 대한 정책은 눈에 들어오는 게 없어 아쉽다. 노인복지를 위해 노인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생활비가 없는 노인들이 많다. 현금이 있으면 요리를 하기에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고, 사람을 불러 청소도 할 수 있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이 택시를 탈 수 있어 외출도 더 수월해질 것이다.”

■농민 이경은씨(27) “국가 안전 위해 식량 자급률 높여야”

경향신문

“촛불집회 초반에는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에 느끼는 배신감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사회 전반에 쌓인 적폐에 대해 인식했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이 대통령을 바꾸었지만 사회문제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들이 내준 사회개혁이라는 숙제를 안고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다. 지난 100일 동안 해온 것처럼 임기 끝까지 지치지 말고 잘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농민들은 지난해 쌀값이 떨어지면서 집회를 많이 했다. 촛불집회에서도 박근혜 퇴진과 함께 쌀값 안정화를 외쳤다. 미국산 쌀 수입이 늘면서 국산 쌀값이 많이 떨어졌다. 농민단체들은 물난리가 난 북한이나 동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지역 등 식량사정이 어려운 곳에 보내주면 어떻겠냐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식량 문제는 물론 나라의 안전을 위해서도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그에 대한 정부의 정책 마인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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