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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광주지역 자사고, 논란만 남기고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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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하는 송원고


보문고·숭덕고 이어 송원고도 일반고 전환 추진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산물로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과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8년 만에 광주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자사고인 송원고가 최근 자사고 지정 취소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교육청에 구두로 전했다.

송원고는 2018학년도 신입생 선발시 면접을 강화하는 모집요강을 광주시교육청에 신청했으나 승인되지 않자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에서는 송원고가 2009년 자사고로 전환한 뒤 2010년에 보문고와 숭덕고가 자사고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로 탄생한 자사고는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8년만에 광주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자사고는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과정, 학사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수월성 교육에 집중하는 학교이다.

학비가 일반 고교보다 3배 가량 비싸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았다.

운영 초기 지원자를 중학교 성적 상위 30% 이내로 제한하면서 상위권 학생을 독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자사고가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광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신입생 모집 미달사태가 속출했다.

송원고의 지난해 일반전형 경쟁률은 280명 모집에 256명이 지원해 0.91대 1을 기록했다.

중학생 수 감소와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는 대입 환경의 변화도 자사고 경쟁률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위권 학생이 모여 내신 관리가 힘든 자사고보다는 일반고에 진학해 내신 관리를 잘 하는 것이 대학 입학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학부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송원고의 경우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교육청 방침으로 학생 선발권을 포기하고 완전 추첨제로 전환한 것이 운영난을 부추겼다.

성적 편차가 심한 학생들로 구성돼 학비만 비싸고 수월성 교육이 어려운 '무늬만 자사고'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에 부정적이고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일관되게 자사고를 반대하고 있는 것도 송원고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앞서 보문고와 숭덕고는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자사고 지정을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했다.

송원고 박연종 교감은 "완전 추첨제로 3년 동안 신입생을 선발하다보니 학생 성적의 편차는 크고 학부모들의 요구는 천차만별이라 학교가 멘붕 상태다"며 "시대 흐름을 역행하기 어렵고 더이상 자사고를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지역 자사고인 광양제철고와 전남외고는 예전과 같은 입학전형을 유지할 전망이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외고와 자사고를 갑자기 폐지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mdhnew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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