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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괌 포위사격’ 보고받은 김정은 “미국 좀 더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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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4일 전략군사령부 시찰 현장에서

“미 망동 계속 부리면 중대한 결단”

북한서 나온 첫 ‘긴장 완화’ 메시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괌 포위사격’을 공언했던 북한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하 중통)이 15일 보도했다. 북-미 간 오간 ‘연쇄 말 폭탄’으로 고조됐던 긴장이 한풀 꺾이는 와중에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중통>은 김 위원장이 사령부 지휘소에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한테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김 사령관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4발을 동시 발사해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사령관은 8월 중순까지 이같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완성해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드리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당장은 미국과 전면으로 맞설 뜻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중통>은 김 사령관의 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이 이 방안에 대해 오랜 시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지휘관들과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 손으로 제 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우리 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사령관이 지난 9일 밝힌 대로라면 전략군은 김 위원장에게 화성-12형 4발을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찌현 상공을 통과하도록 쏴, 1065초 간 사거리 3356.7㎞를 비행한 뒤 괌 주변 해상 30~40㎞ 지점에 탄착하는 방안을 보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직후 나온 북한군의 ‘괌 포위사격’ 발언으로 북-미는 사흘 간 ‘말 전쟁’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사용을 포함해 ‘미국의 군사적 해법은 장전됐다’는 등의 표현으로 연일 위협의 수위를 높였고, 북한군은 구체적인 ‘괌 포위사격’ 방안을 내놓으며 위협을 현실화했다. 이어 북한은 인민무력성 군인집회 등 ‘결전’을 다짐하는 내부 결속 행보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몇차례 엎치락뒤치락 기조가 바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10일(현지시각) “평화해법 선호” 발언 이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13일(현지시각) 렉스 틸러은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공동 명의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내,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며 “다만 북한은 선의를 갖고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전략군사령부 시찰에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정식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동행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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