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도발적 자세를 버리지 않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군사적 대응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동맹국으로서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고위 당국자들은 이를 주워담으면서도 군사적 공격을 할 것처럼 위협하는 등 계속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동맹국 시민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이다.
아무리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의 정책 기조라 해도 이런 동맹국 무시는 지나친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태도는 한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들은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미동맹을 한반도 안보의 만능 열쇠인 양 여기는 야당들도 문제지만, 한·미 간 조율되지도 않은 전쟁 운운 발언으로 동맹국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미국의 태도 또한 유감스럽다. 결국 어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반도 위기가 잘 관리되고 있다”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공조를 잘 지키고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될 발언이다.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장에 차이가 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양국이 조율하면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일방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이라면 이제부터라도 한국 정부와 한국민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미국의 일방주의가 지속된다면 한국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동맹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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