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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사설] 정부가 기업 월급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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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장관이 14일 여성 최초로 고용노동부 장관에 취임하자 취약계층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노동계 출신 첫 고용노동부 장관인 그가 제시하고 있는 공공부문 여성 승진 할당제, 성별 임금공시 제도 등 파격적 정책들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특히 김 장관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임금분포공시제'를 놓고는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임금분포공시제는 개별 기업 내에서 직급, 직종, 성별, 고용형태별로 임금 수준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임금 수준은 물론 경쟁 회사 임금 수준까지 근로자들이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서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성과형 연봉 체계를 도입한 기업들이 옆자리 동료에게도 각자의 연봉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현실과 정반대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월 총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김 장관이 다시 한번 제도 추진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근로자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더 큰 부작용이 걱정이다. 우선 직급·직종·성별 연봉을 공개하면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노사, 노노 갈등이 커지고 성과형 임금 체계도 흔들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조 협상력이 강한 기업 위주로 임금이 상승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고, 연봉에 따른 기업 서열화로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임금분포공시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부작용이 우려될 뿐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이 제도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그들의 성과, 미래전략 등에 따라 임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필요한 곳에 임금 보상을 제공하고 그 결과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은 기업 경영의 기본 사항 중 하나다. 이런 내용까지 정부가 강제로 공개하고 통제하려 한다면 기업 창의력과 생산성은 위축될 것이고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근로자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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