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분포공시제는 개별 기업 내에서 직급, 직종, 성별, 고용형태별로 임금 수준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임금 수준은 물론 경쟁 회사 임금 수준까지 근로자들이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서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성과형 연봉 체계를 도입한 기업들이 옆자리 동료에게도 각자의 연봉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현실과 정반대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월 총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김 장관이 다시 한번 제도 추진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근로자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더 큰 부작용이 걱정이다. 우선 직급·직종·성별 연봉을 공개하면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노사, 노노 갈등이 커지고 성과형 임금 체계도 흔들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조 협상력이 강한 기업 위주로 임금이 상승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고, 연봉에 따른 기업 서열화로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임금분포공시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부작용이 우려될 뿐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이 제도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그들의 성과, 미래전략 등에 따라 임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필요한 곳에 임금 보상을 제공하고 그 결과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은 기업 경영의 기본 사항 중 하나다. 이런 내용까지 정부가 강제로 공개하고 통제하려 한다면 기업 창의력과 생산성은 위축될 것이고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근로자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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