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사 콘텐트 개발해 미국 내 한글학교에 보급할 것"

개관 30주년 맞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윤주경 관장 인터뷰

윤 관장 "독립운동은 우리 할머니·할아버지가 이뤄낸 세계적 평화운동"

국민의 힘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역사를 만나 미래를 열자' 슬로건 정해

15일 제4전시관 재개관… 겨레의 집도 개방, 국채보상운동 전시전 개최

“독립기념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재외동포재단과 독립운동사 콘텐트를 개발, 9월부터 미국 내 한글학교 100여 곳에 교재로 보급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전역에 있는 1만4000여 명의 재외동포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배우고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독립기념관 윤주경 관장이 기념관을 둘러보고둘러보고있다. [사진 독립기념관]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독립기념관이 제72주년 광복절인 15일 개관 30주년을 맞는다.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고 반대하던 국민의 성금으로 지어 1987년 8월 15일 개관했다.

지난 30년간 5000만명의 국민이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선열의 활동과 정신을 기렸다. 개관 30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독립기념관 윤주경(58·여) 관장을 만나 지난 30년간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윤 관장은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이기도 하다.

윤주경 관장은 15일 열리는 ‘개관 30주년 기념행사’가 독립기념관을 왜 만들었는지 국민에게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이 하나가 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게 바로 ‘독립기념관’이라고 했다. 이런 취지에서 그는 개관 30주년 주제를 ‘역사를 만나 미래를 열자’로 정했다.

1983년 8월 15일 열린 광복절 38주년 기념식 및 독립기념관 기공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독립기념관]

윤 관장은 “독립기념관은 국민이 주인이다. 어린아이가 돼지저금통을 깨고 70~80대 노인들은 쌈짓돈을 기꺼이 내놓았다”며 “독립기념관 내 돌 하나, 나무 하나가 모두 국민의 성원과 염원으로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독립기념관을 찾을 때마다 잘못 운영하면 지적하고 관계자를 불러 조목조목 알려준다고 한다. 모두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 관장은 “그런 분들이 더 많아야 독립기념관이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1987년 8월 15일 열린 독립기념관 개관식 경축행사에서 시민들이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은 ‘투쟁의 역사’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가신 분들이 많다고 윤 관장은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우리의 말과 글·문화를 잊지 않고 지켜온 평범한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가 모두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뤄낸 밑거름이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독립기념관을 ‘세계 평화기념관’으로 알리는 데 나서기로 했다.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다. 독립운동이 단순히 ‘대한민국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세계적 평화운동이라는 점을 알리자는 취지다.

1998년 8월 독립기념관에서 조선총독부를 철거한 부재를 옮겨와 전시공원을 조성하는 모습. [사진 독립기념관]

이를 위해 일본 제국주의 피해를 보았던 아시아 국가들이 뭉쳐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의 독립운동을 평화운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도 독일처럼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기념관은 개관 30년 만에 본당인 겨레의 집을 개방한다. ‘독립기념관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자’는 취지에서다. 사무실로 사용하던 2~3층을 관람객을 위한 교육·전시공간으로 바꾸는 공사가 현재 진행 중으로 다음 달 개방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첫 행사로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특별전’이 마련된다. 100년 전 온 국민이 나리의 빚(1300만원)을 갚기 위해 한푼 한푼 모았던 정신이 독립기념관 건립 성금 모금운동으로 계승된 것을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어린이 날 행사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축하비행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독립기념관]

제4관(겨레의 함성)은 평화누리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시물을 교체한 뒤 15일 재개관한다. 이곳에는 제국주의 시대를 멈추고 작은 나라가 세계 평화운동을 주도했다는 메시지와 주제를 담는다. 실물자료가 전시된 다른 전시관과 달리 자료를 전시하지 않는 ‘감성관’으로 조성된다. 독립기념관에서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개념의 전시관이다.

윤주경 관장은 “독립기념관은 2023년까지 리모델링이 예정돼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에서 감동을 주는 공간으로 바뀐다”며 “국민에게서 받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리고 부족한 부분을 더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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