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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데스크 시선>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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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年小計 아닌 百年大計를 바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범국민 차원의 촛불 시위를 거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급박하게 전개됐다. 정국의 혼란은 조기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수위원회를 가동하지 못한 채 취임한 문 대통령의 초반 석 달여 행보를 놓고 대통령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은 불공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내딛은 100일의 행적에 대한 평가는 흑백사진처럼 명징(明澄)하게 나타난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적폐청산'을 부르짖었다. 적폐청산은 검찰의 개혁부터 시작해 방산비리 척결 및 국방 개혁, 국정원 개혁 등으로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적폐청산을 통해 지지율 고공행진의 원동력을 얻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박근혜 정부의 국정논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권위주의, 국민과 멀어진 소통절벽 철폐를 정상화 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능소능대(能小能大)하게 소통의 과제를 풀어냈다. 그의 친서민행보는 정치적 반대세력까지도 부복(扶伏)하게 만들 정도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기 전에 정비 엔지니어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가습기 살균 피해자를 직접 청와대로 불러 눈시울을 같이 붉혔다. 그의 인사와 눈물은 대통령이라는 존재를 국민 곁에 다시 돌려준 셈이다. 탄핵 촛불시위 때와 다름없이 국민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는 그의 능력은 진보에 대한 거부감조차 면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소통능력과는 달리 문 대통령의 외교ㆍ안보ㆍ경제ㆍ복지정책의 아마추어리즘과 조급함, 일방적 몰아붙이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점은 역설이다.

문 정부 외교ㆍ안보정책의 부작용과 경제ㆍ복지정책 추진을 위한 장기적 재원조달의 어려움 등에 대한 합리적 비판의 목소리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 내 비판적 소통이 지속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국가적 불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그의 '베를린 구상'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빛을 바랬다. 남북관계에서 주도적으로 운전석에 앉겠다는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공조한 강력한 대북제재로 돌아선 듯 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입보다 트럼프의 강력한 언설(言說)에 주목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는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문 정부의 외교수장은 중국에 사드보복 철회라는 말 조차 꺼내지 못했다. 줄타기 외교라는데 그 줄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간 약속한 경제ㆍ복지공약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5년소계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와 약속, 국가치매 책임제, 공무원 증원, 탈원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등 그의 대국민 약속은 수 조원에서 수십 조원을 늘 동반한다. 여기에 매년 국방예산도 7∼8% 가량 증액할 계획이다.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는 구체적이지 않다. 문 정부 주장대로라면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고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이 전부다. 이미 문 대통령은 서민증세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5년간 추진ㆍ실행 가능한 정책일 지 몰라도 50년 지속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지금 복지 수준으로도 예산의 3분의 1이 복지 지출로 나간다. 2033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지금의 두 배인 1400만명에 달한다. 지지율 고공행진에 취하다가 자칫 뼈를 깎는 재원 대책 조달 시점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여론은 길들여질 수 없는 천사이자 악마다.

정완주 정치부장ㆍ박성호 경제부장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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