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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기고]대한민국은 무기 연구개발을 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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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원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교수·변호사


[아시아경제 ]국력을 논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군사력이다. 북한이 기를 쓰고 핵탄두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정치, 경제 등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더라도 확실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면 적어도 체제유지는 할 수 있다는 고슴도치식 생존전략인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70년대부터 자주국방을 외친 결과 각종 탄약과 미사일, 장갑차 나아가 훈련기와 경공격기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첨단무기는 여전히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M-SAM, 차기섬광탄, L-SAM, 전차 파워팩, TICN, KCTC, 장거리레이더, AESA레이더,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 등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개발사업을 통한 기술의 진보와 축적 여부에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기 연구개발사업의 전망은 낙관적일까? 불행하게도 한국의 무기 연구개발사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대 정부의 정책실패에 기인한다. 정부의 정책실패 요소는 아래 세 가지로 구별될 수 있다.

첫째, 턱없이 부족한 개발기간과 예산으로 과도한 성능요구조건(ROC)를 충족하는 연구개발결과를 구현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제한된 정부예산과 개발기간 내에 세계 최고수준의 ROC를 구현함에는 엄청난 부담과 실패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둘째, 발주기관의 전문성과 경험의 부재로 연구개발 절차와 평가기준에 심각한 오류나 모순이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대로 된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뒤늦게라도 모순과 오류가 발견될 경우 신속하게 바로 잡아야 하는데 관계자들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시정하지 않고 해당 모순과오류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셋째, 최근 정부는 연구개발을 둘러싼 시스템의 문제를 모두 개발업체에 전가하고 있다. 엄청난 추가비용을 부담하면서 연구개발에 매진해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축적했다 하더라도 엄격한 시험평가기준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해당 업체는 가혹한 계약 책임과 함께 공공발주 제한이라는 피해를 부담해야 한다. 실제 현재 기술의 한계로 ROC를 충족하지 못해 민ㆍ행정상 책임을 부담한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감사원과 수사기관은 개별 연구개발사업 진행과정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문제라도 발견하면 심각한 비리나 부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확대하고 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과장된 행보다.

오로지 예산절감을 위한 시장경쟁원리를 무분별하게 수용한지 10년, 방산비리 수사광풍이 몰아친지 3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해당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과거에 비해 더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된 기업들은 방위산업을 떠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그 동안 나름의 성장을 해 왔던 국내 방위산업 인프라는 겨우 단순 정비 기능으로 축소되고 향후 방위력개선사업은 굴욕적인 해외도입사업 일색이 될 것이다.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응징을 해야 할 것이나 힘들게 진행돼 온 무기 연구개발사업의 성과를 제대로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중단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합리적인 성실실패제도의 도입, 부품 국산화의 획기적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 연구개발의 추진 원칙을 확고하게 정립하지 않는 한 자주국방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무기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그 결과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정 원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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