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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취재수첩] ‘청년 버핏’의 씁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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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청년 버핏’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경북대 재학생 박철상 씨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대학 시절부터 오랜 기간 스스로 자산운용을 하며 수백억원대 자산을 일궜고, 주식 투자로 번 돈 수억원을 매년 장학기금에 기탁하고 있다는 미담들이 그를 포장했다.

그러나 ‘이상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만한 정황들도 적잖았다. 첫 번째는 그의 자산 규모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해봐도 1000만원으로 10년간 매년 100%의 수익률을 올리더라도 세간에 알려진 박 씨 자산 규모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또 한 가지는 박 씨가 자산 규모에 관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내세웠던 “국세청으로부터 ‘아름다운 납세자상 수상’ 제안이 있었다”는 주장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까지 국내법상 주식 양도차익에는 소득세가 아닌 거래세만 부과된다. 상식적으로 주식거래세 납부만으로 국세청에서 ‘납세자상’ 제안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의구심이 여러 경로로 제기되던 중 주식 투자가인 신준경 씨가 지난 8월 3일 SNS(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 박 씨의 400억원 재산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리면서 관련 논란은 증폭됐다. 결국 지난 8월 8일 박 씨는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털고 가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죄송하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다”라며 실제 본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14억원에 불과하며 홍콩 자산운용사 인턴 등 지금까지 알려진 이력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청년 버핏’의 때늦은 후회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전히 ‘14억원은 사실이 맞느냐’ ‘영리활동을 한 것은 없느냐’ 등 박 씨를 둘러싼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그를 믿고 따랐던 전국의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거짓 스토리로 스스로를 포장한 박 씨가 문제의 본질이었지만 그런 박 씨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던 우리 사회의 가벼운 세태 또한 돌아봐야 할 듯싶다.

매경이코노미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1호 (2017.08.16~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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