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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경영칼럼] 비정규직의 정규직化 성공적인 안착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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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대부분 인사조직관리와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행하는 두 가지 평가가 있다. 성과평가와 직무평가다.

성과평가는 직무 수행자, 이른바 사람이 일을 행하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다. 직무평가는 직무 수행자인 사람과는 무관하게 해당 직무가 얼마나 조직 목표 달성에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직무 자체 난이도나 가치에 대한 평가다.

명품 패션 브랜드 A사는 디자인 총괄 직무가치가 매우 높다.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로 고가 정책을 취하는 명품 패션 사업의 특성상, 디자인 직무의 성과 기여도가 높아서다. 이에 반해 패스트패션 브랜드 B사의 경우, 글로벌 물류기획 직무가치가 매우 높다. 제품 유통 속도가 생명인 패스트패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직무가치가 높은 직무일수록 상응하는 권한과 책임이 수반된다. 자연스럽게 직급과 임금이 더 높고, 조직 내 전문가, 고성과자 혹은 핵심 인재가 맡는다. 직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직무는, 궁극적으로는 외주화 전략을 취한다. 애플이 디자인·기획·마케팅은 직접 하지만 생산을 외주화한 것이 유사한 맥락이다.

직무평가에 따른 직무급은 미국이나 서유럽은 물론, 인도·중국 등의 기업에서도 흔한데 유독 한국에서만 도입률이 낮다. 평생직업보다는 평생직장 관점에서 연공과 근속에 따른 호봉제를 운영해온 한국 기업으로선, 굳이 직무평가를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이제 한국 기업도 직무평가와 직무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구조적 저성장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자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또 새 정부 들어 강조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최저임금의 대폭적 인상과 함께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가 양극화 해소의 중요 방향으로 제시되며 기업이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 바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동일가치 직무 수행에 대한 동일 기본급여 제공’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오른쪽 타이어를 조립하는 근로자와 왼쪽 타이어를 조립하는 근로자가 하는 일은 같다. 오른쪽 타이어 조립자는 정규직 혹은 근속이 높고, 왼쪽 타이어 조립자는 비정규직 혹은 근속이 낮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철학이다.

이런 관점에서 내부 수행 업무와 외주화 업무를 구분하거나, 임금 결정의 근거 혹은 원리가 되는 것이 바로 직무평가다. 기업 입장에서 비정규직 혹은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나 동일직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이 큰 부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피하기보다,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직무평가를 통해 조직 역량의 선택과 집중을 꾀해야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구조적 저성장기와 맞지 않는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전환하며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직무평가가 효과적이려면 반드시 동종 업계나 시장, 즉 외부와 비교 가능한 평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외부와 비교가 어려운 평가 방법을 택하면 직무가치와 임금 수준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합의하기 쉽지 않다.

직무평가와 이에 상응하는 직무급 도입을 통해, 외주화 업무 범위를 결정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할 수 있다. 직무평가 결과 중요도가 낮은 직무들을 모아 외주화하고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그리고 파견근로자와 정규직 간 임금 격차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경이코노미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0호 (2017.08.09~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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