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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Health] 남성 요실금 ‘쉬쉬’하면 악화될 뿐…방치땐 신장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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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오승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남성 요실금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0세 직장인 이기환 씨(가명)는 요즘 사무실보다 화장실이 더 익숙할 지경이다. 짧은 회의 중에도 찔끔찔끔 새어 나오는 소변을 참지 못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장실로 달려간다. 증상이 나타난 건 6개월 전. “설마 병은 아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이유 없이 생겨나는 창피한 마음에 비뇨기과를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이 씨는 “지하철역마다 어디에 화장실이 있는지 다 꿰고 있을 정도다. 버스는 될 수 있으면 타지 않고 장거리 이동 시엔 반드시 KTX를 이용한다.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크다”고 말했다.

요실금은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변이 새는 질환이다. 보통 중년을 넘어선 여성들만의 질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5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남성 요실금 환자 수는 2009년 8065명에서 2014년 1만79명으로 5년간 약 24% 증가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승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남자 특성상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숨기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해외 논문 기준으로 65세 이상 남성의 15~20%는 요실금 증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실금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기침이나 재채기 또는 줄넘기 등 운동을 할 때 배에 힘이 들어가면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 갑자기 요의를 느끼고 이를 참지 못해 소변이 나오는 ‘절박성 요실금’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 또는 나이가 들어 겪게 되는 건 대부분 복압성 요실금. 요도 괄약근이 노화돼 힘이 떨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중년 남성의 대부분은 절박성 요실금을 앓고 있다. 절박성 요실금의 원인은 남성의 ‘전립샘 비대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샘 비대증 환자가 요실금을 겪게 되는 사정은 이렇다. 방광은 오줌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수축 활동을 한다. 하지만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소변이 나가는 길이 막히면서 방광엔 남은 오줌이 생긴다. 방광은 이를 자신의 수축이 모자란 것으로 인식해 소변을 볼 때가 아닌 평상시에도 수축 활동을 강화한다. 때문에 자주 소변이 마렵고 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광 과활동’ 또는 ‘과민성 방광’이라고 한다.

오 교수는 “과민성 방광을 장시간 방치할 경우 방광이 근무력증에 빠진다. 아무리 자극을 줘도 방광이 수축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땐 방광이 잔뇨로 가득 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넘쳐흐르는 증세로 악화된다. 수면 중 이불에 소변을 보는 환자가 이에 해당하며 이 경우 치료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요실금은 방치할 경우 증상이 계속 악화된다. 심할 경우 신장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합병증은 물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전립샘 비대증으로 나타나는 절박성 요실금은 증상이 약하거나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더 확실한 건 비대된 전립선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보단 비뇨기과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편이 더 낫다. 흔히 요실금 예방 또는 증상 완화 요법으로 알려진 ‘케겔 운동(소변을 끊듯 요도 괄약근에 힘을 주는 운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장시간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전립선 비대로 나타난 절박성 요실금의 경우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루 평균 10회 이상 화장실에 가면 요실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카페인처럼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성분이 많은 음식료는 삼가야 한다. 과도한 수분 섭취도 피하는 편이 좋다. 요실금은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인 만큼 초기에 내원해 반드시 치료를 받는 편이 좋다.” 오 교수의 조언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0호 (2017.08.09~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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