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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설] 네 번째 인사 참사 ­… 대통령 ‘코드 인사’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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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지원 속에 버티기로 일관하던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주말 임명 나흘 만에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차관급 이상 공직자(후보) 4명이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과 다를 바 없는 ‘인사 참사’다.

박 전 본부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노무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지원에 앞장서 갖은 물의를 빚은 끝에 사퇴했다. 이런 인물을 연간 20조원이 넘는 연구개발(R&D) 예산 책임자에 앉혔으니 과학계는 물론 문 대통령 지지층도 강력히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청와대 민정라인은 과학자 몇 사람 의견만 들으면 바로 부적절성이 드러날 인사를 그냥 넘어갔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박 전 본부장과 함께 근무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앞서 낙마한 3명도 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측근들이었다.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들에겐 조국 민정수석이 이끄는 검증 시스템이 솜방망이가 됐다는 증거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측근이란 이유로 차관급 한 명 교체조차 건의하지 못하고 눈치만 봤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거수기’란 비아냥을 들은 새누리당과 뭐가 다른가.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 자신의 캠프나 노무현 정부 출신 등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콕 찍어’ 지명한 결과 검증 기능이 무력화하고 불상사를 자초했다. 이제라도 인사·민정수석에게 전권을 줘 복수 추천과 추천인 실명제 및 투명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내 편’이면 다소 흠결이 있어도 무방하다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공공기관장 등 향후 인사에서 잡음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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