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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시가 있는 월요일] 인간을 움직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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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일 이어져 있나.

앉았다가

빈틈 없이 일어서나.

(중략)

수평과 수직을 만든다면

어디든 각도가 생길 것이다.

의자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저앉을 것이다.

눈물이 그치자

발가락부터 척추까지를

힘겹게 펴고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신선한 자세로.

무릎을 굽혔다가 폈다가

뼈와 뼈 사이의 세계를

물끄러미 어루만지다가

다시 긴 여행을 떠났다

- 이장욱 作 <관절의 힘>

인간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관절의 힘'이다. 다른 각도로 움직여야 하는 것들을 연결해주는 관절이 없다면 인체는 바람 넣은 풍선처럼 뻣뻣하게 서 있기만 해야 할 것이다.

관절이 없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즐거움도 어떤 도전도 어떤 소통도 어떤 상상력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치밀한 관찰력과 사유가 빛나는 시다.

매일 걷고, 매일 앉고, 매일 누우면서도 '관절의 힘'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시는 그 고민을 일깨워준다.

관절이 있어 우리는 세상과 연결된다. 관절은 나를 움직이게 해서 삶과 죽음의 모든 과정을 주도할 수 있게 해준다.

관절이여 고맙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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