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일 이어져 있나.
앉았다가
빈틈 없이 일어서나.
(중략)
수평과 수직을 만든다면
어디든 각도가 생길 것이다.
의자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저앉을 것이다.
눈물이 그치자
발가락부터 척추까지를
힘겹게 펴고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신선한 자세로.
무릎을 굽혔다가 폈다가
뼈와 뼈 사이의 세계를
물끄러미 어루만지다가
다시 긴 여행을 떠났다
- 이장욱 作 <관절의 힘>
인간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관절의 힘'이다. 다른 각도로 움직여야 하는 것들을 연결해주는 관절이 없다면 인체는 바람 넣은 풍선처럼 뻣뻣하게 서 있기만 해야 할 것이다.
관절이 없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즐거움도 어떤 도전도 어떤 소통도 어떤 상상력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치밀한 관찰력과 사유가 빛나는 시다.
매일 걷고, 매일 앉고, 매일 누우면서도 '관절의 힘'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시는 그 고민을 일깨워준다.
관절이 있어 우리는 세상과 연결된다. 관절은 나를 움직이게 해서 삶과 죽음의 모든 과정을 주도할 수 있게 해준다.
관절이여 고맙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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