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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적인 미 깨닫기까지 시간 필요한 한국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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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한국미술사 강의, 샬럿 홀릭 런던대 교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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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은 내적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한 예술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지역학 연구대학인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대학(SOAS·소아스대)에서 10년째 한국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샬럿 홀릭 교수는 “첫인상에서 시각적인 흥미를 주는 일본·중국의 미술과 달리 한국미술은 관람자가 작품에 개입했을 때 만나는 견고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홀릭 교수는 현재 영국한국학회 회장과 유럽 최대의 한국학 교육기관이자 연구소로 알려진 소아스대 내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함께 맡고 있다. 영국한국학회는 ‘한국학 유럽 저널(European Journal of Korean Studies)’을 간행하며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운영하는 곳이다.

고려대 국제 서머스쿨 강의차 방한한 홀릭 교수를 지난 10일 서울 필운동에서 만났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홀릭 교수의 손엔 도록이 한 권 들려 있었다. “제자가 이번에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에서 ‘조선 왕조의 예술과 문화(Joseon Korea: Court Treasures and City Life)’라는 전시를 기획했어요. 제가 강연자로 초청돼 현대 한국예술에서 조선의 문화적 전통이 갖는 의의에 대한 강의를 했는데, 이 내용이 실린 도록을 오늘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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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도록을 펴서 보여주며 “특히 ‘한국적 붉은색’이 잘 표현된 전시였다”고 말했다. “중국의 빨간색은 밝고 환한 느낌의 적색인 데 비해, 한국의 빨강은 더 깊고 그윽한 적색이죠. 그 색을 잘 드러내 조선의 분위기를 살렸어요.”

그의 한국미술 여정은 사실 일본에서 출발했다. 덴마크 출신인 홀릭 교수는 고등학교를 마친 후 일본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소아스대에서 유학했고, 또 일본 홋카이도대학 등에 약 1년 반 동안 머물며 동아시아 미술사를 공부했다. 아시아 지역의 미술을 배우는 동안 그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한 것은 한국미술이었다.

“한국미술엔 대답되지 못한 질문들이 많았어요. 일본·중국의 미술과 많이 달랐고 새로웠어요. 거창한 표현으로 포장되지 않은 예술 속에 어떤 견고함이 느껴졌어요.”

소아스대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한국행을 택해 서울대에서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 영국으로 다시 돌아간 그는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로 6년간 근무한 뒤 다시 소아스대에서 고려시대 거울이었던 ‘동경’의 용도와 역사, 의의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그의 논문을 지도해준 교수는 유럽에서 한국미술사를 개척해온 박영숙 교수였다.

현재 홀릭 교수는 소아스대에서 ‘고려와 조선의 예술’ ‘한국 왕실의 문화’ ‘근현대 한국미술’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2010년 여름부터 계속 맡고 있는 고려대 국제 서머스쿨 강의는 신라·고려·조선의 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미술 개론’과 18세기 후기부터 현대미술까지를 아우르는 ‘근현대 한국미술’이다.

그는 유럽 내에 한국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한국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술과 건축 출판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템즈앤드허드슨’ 출판사에서 최근 국제 예술을 다룬 책을 낸다면서 저에게 동아시아 부문을 감수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어요. 동아시아의 관계 속에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제대로 제시되고 있는지 확인할 기회였죠. 과거에 비해 한국 서술 부분이 양적·질적으로 나아졌더군요. 전엔 거의 전무했으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근세 부문 등에서 일본·중국에 비해 훨씬 덜 상세하게 기록됐더군요.”

홀릭 교수는 영어로 된 한국에 대한 학문적 구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은 한국 학계와 세계의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남겨진 큰 과제입니다.”

그는 유럽에서 한국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질적 변화도 생겼다고 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학부에서 한국미술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70~80%는 수강 신청 이유에 ‘한류’라고 적어냈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유가 더 다양해졌더군요. 저희 학교에서도 매년 7명 정도의 박사생들이 한국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25명 정도의 석사생들이 한국 관련 수업을 듣습니다.”

홀릭 교수는 최근 2년여간 집필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19세기 이후의 한국미술(Korean Art: From the 19th Century to the Present)>(리액션북스)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같은 제목의 주제로 18일 오후 4시부터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도 갖는다. 내년 1월부터는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시니어 펠로로서 한국 도자기를 연구할 계획이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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