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과 미국 사이에 오가는 살벌한 ‘말의 전쟁’ 와중에서 문 대통령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해왔다. ‘괌 포위공격’과 ‘대북 군사옵션 장전’이란 말에서 드러나듯, 군사적 충돌 위험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북-미가 극단적 대결로 치달을수록 한국 정부의 설 자리는 매우 좁아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한반도 위기 당사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사태 해결의 실타래를 푸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게 한국의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12일 미·중 정상이 전화통화를 하고 위기 해소방안을 논의한 건 눈여겨볼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이 도발적인 긴장 고조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물론, 미-중 간의 시각차는 여전한 듯하다. 시 주석은 “북핵 해결은 결국 대화와 담판이란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미국의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다. 결국 미-중이 협력하지 않으면 한반도 긴장 완화도,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두 강대국이 북한 문제에서 대립하지 않고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게 한국 정부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계획과 자신감이 담기길 바란다. 그래서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북한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한 이틀 뒤(7월6일) 문 대통령은 담대한 ‘베를린 선언’을 내놓았다. 남북 정상회담 제안 등을 담은 ‘베를린 선언’은 일련의 사태 속에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높아도 대화를 포기할 순 없다. 광복절 경축사엔 ‘베를린 선언’을 이어갈 좀더 구체적인 구상을 담아야 할 것이다. 맹동적인 북한에 단호한 대응 태세를 밝히는 건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압박을 뛰어넘는 문재인 정부의 비전과 의지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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