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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폭염에 숨 막혀”… 노숙인 ‘쉼터’ 이용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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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권역별 16곳… 샤워실 구비 / ‘23년 만에 최악 더위’ 발길 늘어 / 6∼7월 이용객 2016년比 24% 증가 / 건강악화 522명 긴급 의료구호도 / 市, 9월까지 특별대책반 가동 / 서울역 등 밀집지역 정기 순찰

연일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하루종일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숙인에게는 한겨울만큼 한여름도 잔인한 계절이다. 더위를 견디지 못해 쓰러지거나 건강이 악화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서울시가 폭염에 취약한 노숙인들이 무사히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6∼9월을 ‘노숙인 여름철 특별보호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특별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특별대책반은 노숙인 시설과 자치구 상담반 직원 54명으로 구성됐으며, 거리를 순찰하며 노숙인을 돕고 있다. 무더위쉼터 안내, 병원 이송 등 이들이 지난 두 달간 실시한 구호조치는 2만건에 이른다.

올해 여름은 폭염으로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30.6도로 평년(28.8도)보다 1.8도나 높았으며, 1994년(33.3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더운 해로 꼽혔다. 올해 서울의 첫 폭염경보(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지난달 20일로,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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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폭염 지원을 받은 노숙인 수도 예년보다 증가했다. 더울 때 쉴 수 있는 무더위쉼터 이용자는 하루 평균 1204명으로, 전년(957명) 대비 25.8%나 늘었다. 같은 기간 샤워실 이용자는 하루 평균 438명에서 509명(16.2%↑)으로, 시설 입소자 109명에서 124명(13.8%↑)으로, 의료지원 수혜자는 417명에서 522명(25.2%↑)으로 증가했다.

서울역 일대에서 20년 가까이 노숙한 문모(56)씨는 특별대책반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몇년 전부터 간경화를 앓았고, 최근에는 황달증세까지 보이는 등 건강이 악화했다. 그는 최근 특별대책반의 안내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임시주거지에서 생활하게 됐다. 그는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헤어졌던 딸과도 다시 만났다.

특별대책반은 9월까지 노숙인들이 밀집한 거리를 하루에 4∼6회 순찰하고, 만나는 노숙인에게 물과 식염포도당, 모기약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노숙인을 발견하면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시는 권역별로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 16곳의 샤워실을 오후 10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노숙인 시설이 모자란 강남권역과 영등포역 쪽에는 차량 이동목욕 서비스를 운영해 노숙인들이 청결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언제든 구호가 필요한 노숙인을 발견하는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노숙인 위기대응콜(1600-9582)도 24시간 가동 중이다. 아울러 예비 사회적기업 비타민엔젤스와 협약을 맺고, 쪽방촌 주민과 서울역 일대 노숙인에게 연간 1억원 상당의 영양제를 공급한다.

윤순용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은 “다음달까지 특별대책반이 거리를 순찰하면서 폭염 속 위험에 노출된 노숙인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폭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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