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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대프리카’ 폭염 극복 위해 뭘 못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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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길, 쿨링포그시스템으로 물안개 분사

공공기관 옥상에는 시원한 쿨루프

도심 도로변에는 대형 그늘막

물병 나누기에 도심 야영장까지
한국일보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길’벽화 위에 설치된 쿨링포그시스템에서 안개 같은 물방울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미세한 물방울이 증발하면서 주위의 온도를 떨어뜨린다.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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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길’에는 그의 자취를 느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김광석의 조형물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바람 한 점 없는 골목은 점점 찜통처럼 변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2.8도. 대구 사람들에겐 별 것 아니지만 관광객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오후 3시, 갑자기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담벽 위에서 안개 같은 물방울이 뿜어져 나왔다. 쿨링포그시스템(cooling fog system)이 가동돼서다. 대전에서 온 관광객 김순미(46)씨는 “더위를 쫓기 위해 이런 시설을 설치하다니 ‘대프리카’ 답다”며 웃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폭염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기온을 낮추거나 건물의 열기를 식힐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한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대구 폭염(낮 최고 33도 이상)일수는 16일. 전국 평균 폭염일수 6.4일보다 훨씬 많았다. 열대야는 12일로 전국 평균 6.4일의 배에 가깝다. 지난달 22일엔 최고 38.4도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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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에 설치된 횡단보도 그늘막 밑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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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대책 중 대표적인 것이 쿨링포그시스템이다. 긴 파이프에 설치된 노즐들을 통해 빗방울의 약 100만분의 1 크기인 미세한 물방울을 분사한다. 물방울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주위 온도가 섭씨 3~5도 떨어진다. 2014년 이후 도심 13곳에 설치됐다.

‘쿨루프(Cool Roof)'도 도입됐다. 건물 옥상에 햇빛ᆞ태양열을 반사하는 흰색 특수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이다. 기존 콘크리트 옥상의 태양열 반사율이 15% 정도지만 이 페인트는 80%이상 반사한다. 지난해 5월 대구시설안전관리사업소 옥상에 시범 도색을 했다. 지난해 이맘 때인 8월2일 오후 2시 사업소 측이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해보니 기존 콘크리트 옥상 부분은 64.5도인 반면 이를 칠한 곳은 37.8도로 나타났다. 노재식 대구시설안전관리사업소 시설안전과장은 “쿨루프는 미국의 열섬대책 중 하나”라며 “옥상 바로 아래층의 실내 온도가 4도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최근 소방서 등 공공기관 옥상 8곳에 특수도료를 칠했다.

도심 도로변엔 그늘막도 등장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이 잠시나마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우산 형태의 대형 파라솔을 설치한 것이다. 그늘막 안은 바깥보다 5도 이상 낮다. 올해 처음으로 도심 38개소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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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루프 시행 전(왼쪽) 대구보건환경연구원 옥상과 시행 후.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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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 나누기’도 더위 식히기에 한몫하고 있다. 대구시의 페트병 수돗물인 ‘달구벌 맑은 물’을 공원 등에서 나눠준다. 냉동탑차가 얼린 물병을 날라 시원하다. 지난달에만 10만병이 제공됐다.

잠 못 이루는 시민을 위한 무료 도심 야영장도 인기다. 대구시는 지난해에 이어 북구 산격대교 인근 금호강변을 6월부터 야영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8,500㎡규모의 잔디광장에 야영장 50면, 주차장, 화장실, 음수대 등의 편의시설과 함께 취사구역도 있다.

진치균 대구시 자연재난과장은 “가뜩이나 더운 도시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더 뜨거워지고 있다”며 “시민 안전 차원에서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도 “폭염이 단순한 더위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며 “일본처럼 아스팔트에 적외선을 반사하는 기능성 도료를 칠해 온도를 낮추는 등 재해급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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