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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류승완 감독 “‘군함도’, 꽃길 생각 안했다”…독과점 등 논란에 답하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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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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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봅니다. 제 입장은 변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확고해진 것 같습니다.”

영화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류승완 감독이 한 말이다. ‘군함도’는 개봉과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첫날 2000개 넘는 스크린에서 97만 관객을 동원하면서다. 류승완 감독 자신이 단편으로 출발했고,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 비판을 해왔던 터여서 이번 논란은 치명적이었다.

류승완 감독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군함도’로 인터뷰를 가졌다. “‘군함도’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군함도를 끝으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류승완 감독에게서 담담함이 읽혀졌다.

“독과점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시스템에 대한 것일 텐데 공교롭게도 제가 만든 영화가 돼서(논란을 일으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편으로 대중이 독과점을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린 리미트가 정해지고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만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관객들이 여름 시장을 더 즐기고, 한 편이라도 더 다양한 영화가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로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독과점에 대한 비판은 감독이나 창작자가 아닌 영화산업과 시스템을 향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의 화살은 류승완 감독과 ‘군함도’를 향해 있다. 그는 “독과점 문제는 10년 넘게 지속돼온 문제다. 지금 해결되지 않으면 또 다음 감독, 다음 작품이 총대를 메야 한다”며 “다른 사람이 아픈 것보다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함도’를 향한 논란과 비판, 비난은 여러 가지가 겹쳐 있다. 독과점, 역사왜곡 등에 대한 개별적 비판도 있지만 독과점에 대한 불만이 역사왜곡 논란을 키우고, 역사왜곡에 대한 불만이 독과점 논란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친일파에 대한 이야기가 친일영화 또는 역사왜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일본 제국주의가 나빴다는 건 기본이고, 동시에 그들에게 부역한 친일파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결국 반쪽만 다룬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스스로 그것을 냉정히 보고 과거사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이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군함도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신을 대중영화 감독임을 분명히 밝히면서 “상업적인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00억원을 들여서 스타들을 내세운 것은 그만큼 많은 분들이 보시고,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거였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이용했다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 영화 속의 모든 것이 사실이다고 했으면 이용을 한 것이지만 그래서 영화가 시작할 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물’임을 밝혔다. 이 영화를 통해서 알리고자 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둘러싼 논란과 반응을 당연하게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보석가게 안에 보석까리 같이 있으면 뭐가 뭔지 잘 모르지 않냐”며 “논란을 통해서 이 영화 안에 담겨 있는 ‘진짜’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창작자한테는 영화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상황이 무던하게 흘러가는 게 더 위험하다. 자주하는 표현인데 나태해지지 않을 만큼의 당근과 쓰러지지 않을 만큼의 채찍만 있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도 일본 정부의 고의적 왜곡 해석에 대해서는 용납지 않았다. 최근 일본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군함도’를 언급해 류승완 감독이 보도자료를 내 그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

“일본 보수 측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정부의 장관까지 나서서 제 말을 부분적으로 짜깁기하고 왜곡해석할 줄은 몰랐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꽃길을 걸을 거라 생각은 안 했어요. 군함도를 취재할 때에도 조용히 관광객으로 들어갔는데 한국 영화 팀이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어제(7월31일) 뉴스를 보니까 일본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후보지 중 하나로 사도광산을 내부적으로 고려했다가 다른 곳을 올렸다고 해요. 사도광산도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가 있는 곳이거든요. (‘군함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보면 영화를 둘러싼 어떤 식의 논쟁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해서 군함도를 알게 되고 한 번이라도 더 검색하게 된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 ‘군함도’를 제작한 외유내강은 류승완 감독의 아내인 강혜정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부부이기 이전에 같은 업에 종사하는 동료로서 20년 된 사이다. 류승완 감독이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데에는 창작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강혜정 대표의 내조와 지원이 있었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 반응들에 대한 강혜정 대표의 입장도 궁금했다.

“집에서는 아이들 얘기를 듣느라 정신이 없어요. 영화 얘기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강 대표와 ‘군함도’를 하면서 그런 말을 했었어요. 저희가 처음 만들어보는 규모의 영화고,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소재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지켜보자고요. 지금은 둘 다 차분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게 든든해요. 강 대표와 치열하게 토론하는 순간도 있지만 서로가 힘들 때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줍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제 편이 있다는 것 그게 영화를 하는데 있어서 큰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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