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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리뉴스]군함도, 뜨거운 흥행과 뜨거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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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가 뜨겁다. 흥행이 잘 되는만큼 영화에 대한 말들도 많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일본 하시마섬(일명 군함도)의 탄광에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 조선인 노동자들은 군함도에 잠입한 광복군 무영(송중기)과 함께 대규모 탈출을 시도한다. 실제 역사 속에선 없었던 사건이지만,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이용해 ‘탈주영화’를 만들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

<군함도>는 개봉과 함께 곧바로 논란을 불렀다. 영화 내용이 아니라, 영화 개봉의 규모 때문이다. 지난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27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상영횟수를 기준으로 한 상영점유율은 개봉 첫날부터 줄곧 55%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극장에 가면 2회 중 1회는 <군함도>를 상영하는 셈이다. <군함도>가 관객이 찾기 좋은 오후, 저녁 시간대에 대거 배치된 점을 고려하면, 관객이 체감하는 <군함도>의 스크린 장악력은 더욱 강하다. <군함도>를 배급한 CJ가 투자·배급사(CJ E&M)와 극장(CGV)을 모두 소유해, 수직계열화에 따른 스크린 독과점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이번 논란의 한 요인이다.

다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군함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보면, 최고 상영점유율은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68.4%),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68.4%) 등 외화도 <군함도>보다 더한 ‘독과점’ 수준이었다. 순제작비 220억원, 황정민·소지섭·송중기 등 호화 캐스팅,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결합한 <군함도>는 여름 극장가 최고 기대작이었고, 이 때문에 대다수 영화들이 <군함도>를 피해 개봉일을 잡았다. 외화 <덩케르크>가 한 주 전인 지난 20일 개봉했으나, 흥행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주 극장이 다수의 관객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는 <군함도> 뿐이었던 셈이다.

<군함도>를 투자·배급한 CJ 관계자는 “상영관 배정은 관객들의 예매율, 관심도, 좌석점유율 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군함도>의 지난주 예매점유율은 70%까지 올라가 동시기 상영작들을 압도했다. 30일 각 멀티플렉스의 <군함도> 상영점유율은 CJ 계열의 CGV(54.7%)와 롯데시네마(54.5%), 메가박스(56.6%)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수직계열화 여부와 상관 없이, 멀티플렉스들은 한결 같이 <군함도>에 스크린을 대거 배정한 셈이다.

<군함도>는 30일까지 406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는 <명량> <부산행>에 이어 역대 개봉 첫주 누적 관객수 3위의 기록이다. 30일 좌석점유율은 49.1%로, <덩케르크>(49.1%), <슈퍼배드3>(52.7%)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손익분기점인 700만명을 넘어 1000만 관객도 바라볼 수 있다. 8월2일 개봉하는 또다른 기대작 <택시운전사>의 흥행 여부가 <군함도>의 스크린 장악과 흥행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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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과 ‘친일’ 사이

일각에선 영화의 내용을 문제삼고 있다. 흥미로운건 같은 영화를 두고 정반대의 해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감성팔이, 그리고 소위 말하는 ‘국뽕’에 의존하는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함도>는 일본인을 살인에 굶주린 악당으로 묘사하거나 욱일기를 찢는 등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화 종반부 조선인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촛불을 드는 모습에선 지난 겨울의 촛불 집회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때문에 일부 극우 사이트에선 ‘<군함도>가 망해야 하는 이유’ 같은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일본 언론과 정부도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창작물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군함도>가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다는 비판도 있다. <군함도>는 ‘조선인 대 일본인’이라는 이분법 구도에서 벗어나 ‘친일 조선인’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위안부 말년(이정현)은 자신을 팔아넘긴 조선인 이장과 악독하게 대우한 조선인 포주를 비판한다. 일본인 관리자에게 붙어 동포를 학대하는 조선인 중간 관리자도 등장한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징용 노동자들의 고통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여름용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탈주극으로 변모한다. 고통스러운 역사적 사실을 <대탈주> 같은 상업영화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효과다. 류승완 감독은 YTN 인터뷰에서 “애국주의는 분명히 있지만 과장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이 영화를 준비하는 내내 수년 동안 철저하게 고증받았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엔 <군함도>의 프랑스 배급사인 메트로폴리탄 필름엑스포트 본사에서 유네스코 본부 관계자, 파리 주재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시사회도 열었다. 군함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일본 정부는 이곳에 강제징용 역사를 알려야한다는 유네스코 권고사항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 <군함도>는 전세계 155개국에 선판매됐으며, 북미, 태국, 홍콩, 필리핀 등에서는 8월 개봉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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