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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시계제로 베네수엘라…4개월 간 100여 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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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정권의 제헌의회 선거 나흘 앞두고

반정부 시위 격화…4명 또 숨져 지난 4월 이후 107명 사망

중앙일보

한 반정부 시위대 남성이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정부군에 의해 체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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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 시계(視界) 제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제헌의회 선거(30일)를 나흘 앞둔 26일(현지시간) 이에 반대하는 야권ㆍ반정부 시위대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부군ㆍ경찰 진압 과정에서 4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야권과 시위대는 정부군이 발포한 총에 맞아 이들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부 측은 무장 갱단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AP는 덧붙였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제헌의회 선거에 반대하는 시위나 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는 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틀 간 4명이 사망하면서 지난 4월 이후 4개월 가까이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따른 사망자는 총 107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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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정부군에 맞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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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뛰어가고 있는 정부군.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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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무상복지 등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이 저유가로 더 이상 지탱할수 없게 되면서 표면화됐다. 치솟는 물가 속에 식료품을 살 수 없어 굶주리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고, 최근엔 약품까지 부족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720%에 이른다.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는 외환시장에서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고, 외환보유액은 이달 22년 만에 1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지난해 산발적이었던 반정부 시위는 올 들어 조기총선 요구와 함께 마두로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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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7일 카라카스에서 제헌의회 선거 촉구 캠페인 도중 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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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혼란이 심화되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5월 제헌의회 카드를 꺼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비호 아래 우파 야권이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새로운 헌법을 만들 제헌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이 제헌의회를 통해 독재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 의회는 우파 야권이 의회의 3분 2 이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현행 헌법상 내년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김원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야권이 의회를 장악한 상태에서 대선은 마두로 정권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현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헌법 하에서 유리한 대선을 치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헌의회가 마두로의 정권 연장용 카드란 분석이다.

김 교수는 “과거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 패턴을 볼 때 야권은 제헌의회 선거에 불참하고, 여당 후보만 당선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여당의 제헌의회가 구성돼 또다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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