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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김기춘 징역 3년 조윤선 집유, 형량 수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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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블랙리스트 수사에 나선 지 8개월 만이다. 법원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어떤 명목으로도 인정할 수 없는 직권남용이자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위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에게도 줄줄이 징역형이 선고됐다. 사필귀정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예술인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사과와 반성은 고사하고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변명을 늘어놓으며 주권자인 시민을 우롱했다. 김 전 실장은 재판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적이 없고, 노구를 이끌고 봉사했을 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작성돼 문화예술인 탄압에 이용됐으며, 이 같은 행위가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규정하는 ‘문화·표현 활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누구보다 철저하게 적법 절차를 준수했어야 함에도 은밀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지원 배제를 시행해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 미꾸라지’인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비서실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 절차를 준수할 임무가 있는데도 가장 정점에서 지원 배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서 블랙리스트 개입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김 전 실장 등 부하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만큼 최종 책임자로서 응분의 죗값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김 전 실장에 대한 형량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은 김 전 실장이 오랜 기간 공직에 봉직하며 훈장을 여러 개 받은 점과 고령(78세), 건강 상태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고 문화예술인들에게 극심한 좌절감을 안겨준 범죄에 징역 3년은 일반인의 법 상식과 거리가 멀다. 심지어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특검은 항소를 적극 검토해 국정농단 세력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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