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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복지 확충 위해 지금은 돈 풀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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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연명 전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장

국가부채 GDP 40% 넘어도 무방

국정과제 소요재정 178조로 묶여

복지프로그램 내실화 발목잡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못한 건

소요재정 제대로 검증 안된 탓


한겨레

26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연구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김연명 교수(사회복지학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사회분과위원장이었던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지난 5월22일부터 이달 19일까지 61일 동안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국정기획위 사무실)으로 쉬는 날 없이 출근했다. 대학 수업은 새벽이나 저녁 시간대로 미뤘다. 김 교수는 이제 국정기획위 사무실을 떠났지만 문형표 전 이사장의 구속으로 8개월째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6일 김 교수의 서울 흑석동 연구실을 찾아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새로운 한국 사회의 밑그림을 들어봤다.

-국정과제 소요재정이 적정한가라는 의문이 있다. 증세도 논란인데.

“5년간 소요재정 178조원은 계산돼 있다. 세입을 늘려 83조원, 세출을 줄여 95조원을 마련하는 것은 기획재정부에서도 큰 문제 없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 때도 세계잉여금(초과세입+예산불용액)이 해마다 10조원 이상이었다. 다만 그 178조원이 금과옥조가 된 건 아쉬운 일이다. 엉뚱하게 캡(한계)으로 작용해 복지 프로그램 내실화를 제약했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거 정부에서 국가부채를 국내총생산 대비 40%로 맞추겠다 했는데(2060 장기재정전망) 살짝 넘어가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 지금은 정부가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송파 세 모녀’ 같은 비수급 빈곤층을 낳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대선 공약과 달리 폐지가 아니다.

“부양의무제를 완전 폐지하면 돈이 전혀 안 든다는 주장부터 1년에 10조원 든다는 얘기까지 다양하다. 기재부가 제일 걱정했다. 여러차례 토론했다. 문제는 폐지에 필요한 소요재정이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더라. 10조원이라는 수치도 사각지대 빈곤층 곱하기 얼마 식으로 단순 추계한 것이다. 정책을 밀어붙이려면 근거가 확실하거나 학계 검증이 있어야 하는데 부양의무제 폐지는 그렇지 못했다. 책임 있게 확정할 수 없으니 결국 현실적으로(완화로) 간 거다.”

-국정과제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이 눈에 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공단의 직접고용) 최대치는 보육교사 3만명, (재가 포함한) 요양보호사 2만5000명이다. 그밖에 다른 것까지 합해 확실한 건 14만~15만명 정도다. 나머지는 일자리위원회에서 계속 발굴해야 한다. 소규모 영세업체가 난립하는 재가요양 쪽의 경우 민간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시도별로 만드는 사회서비스공단이 공공으로서 일정 비율을 차지해 시장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공공병원인 일산병원은 건보 보장률(평균 63%)이 무려 80%나 된다. 일산 사람들은 주요 4개 대형병원 중 일산병원을 가장 먼저 찾는다. 건강보험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 (공공을 확대해) 그런 효과를 노리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국정기획위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이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자리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 등에 대한 고민들은 많았는데, 이는 대통령 의제일 가능성이 높아서 우리가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최근 확정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형 고용안정·유연모델’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어떤 의미인가?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노동 유연화가 가능하려면 전제조건을 갖춰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왔더라도 주거, 교육, 의료 등 기본적 생계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노동 유연화만 강조하면 자본의 이해관계만 충족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학개혁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도 부족하다.

“대학평가를 구조개혁과 연관시키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도 확정됐고, 공영형 사립대 단계적 육성 방침도 제시했다. 그 가운데 특히 공영형 사립대는 앞으로 5년 내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도 마찬가지다.”

-사분위 권한 축소 등 사학법 개정은 대단히 논쟁적인 의제다.

“(논란을) 돌파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국민이 정권을 교체해준 이유가 있지 않겠나.”

박기용 최성진 기자 xeno@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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