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뉴스분석] "부자증세로 감당 못해"… 증세, 폭과 대상 넓어지나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책연구원 ‘조세격차’ 지수 조사 / 韓, 저소득층 세 부담 최하위권 / “연 4조 규모 핀셋증세로는 한계” / 서민 소득세도 누진성 강화해야 / 정부, 5년간 세수 증대 18조 전망 / 국회 예산처, 3조 적은 15조 추정

세계일보

초(超)고소득층·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슈퍼리치 증세’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는 여권의 구상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이 현재 검토 중인 연간 4조원 규모의 증세로는 앞으로 늘어날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증세론에 빗장이 풀린 지금 복지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증세의 대상과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이를 뒷받침하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이 연구원 김빛마로 부연구위원과 홍민옥 공인회계사는 ‘임금소득 과세(Taxing wages) 2017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누진성을 고소득층뿐 아니라 저소득층에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수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세율체계 개편인 부자증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35개 회원국의 임금소득 과세에 관한 상세한 통계를 담아 발간한 ‘임금소득 과세 2017년 보고서’(Taxing Wages 2017)의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각국의 세금부담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조세격차’(Tax Wedge) 지수를 사용했다. 조세격차란 인건비 중 근로소득과 관련한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표로 나타낸 것으로, 값이 클수록 세금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2016년 OECD 회원국의 독신가구·평균임금 근로자 기준 평균 조세격차는 36.0%였으며, 최대는 벨기에(54.0%)였고 최소는 칠레(7.0%)였다. 한국의 조세격차는 22.2%로 1년 전보다 0.18%포인트 상승했지만 35개국 중 30위로 세금부담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였다.

세계일보

보고서는 “한국의 전반적인 세 부담 누진성은 상대적으로 약했고 특히 저소득 구간에서 OECD 평균과 큰 차이를 보였다”며 “자녀를 포함한 부양가족에 따른 세제혜택도 OECD 평균보다 매우 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임금소득 과세현황을 고려할 때 저소득 구간에서의 누진성을 강화하고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득수준에 따른 세 부담 누진성을 고소득 구간에만 한정해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소수의 고소득층에만 적용하는 세율체계 개편만으로는 세수 증대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부양가족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의 세수 증대 효과를 두고도 정부 예상보다 적은 추정치가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비용 추계서를 보면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포인트 인상하면 소득세수가 2018∼2022년 총 4조8407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계됐다. 과표 2000억원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할 경우 법인세는 같은 기간 총 10조8600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5년간 총 15조7007억원이 더 걷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연간 3조7000억원씩 5년간 총 18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일보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최근 논평에서 “OECD 평균에 비해 부족 세금이 연 100조원인 나라에서 고작 4조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촛불정부의 증세 목표여서는 곤란하다”며 “슈퍼리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우선 강조하는 취지에서 이 방안을 먼저 꺼내더라도 최소한 상위 20~30% 계층에게 누진적으로 세금 책임을 더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인세는 이윤을 올린 기업에만 부과되는 세금이니 법인세 추가 과세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도 단계적으로 증세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증세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초고소득·초대기업 증세로 세제개혁 다 됐다고 보는 건 아니다. 조세·재정개혁 특위를 통해서 세제 틀을 전반적으로 손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