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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조규옥 회장의 절규…"최저임금·전기료 오르면 섬유업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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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탈퇴이유 털어놓은 전방

매일경제

조규옥 전방 회장이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머리를 감싸고 있다. [이승환 기자]


"우리 전방은 일제시대도, 6·25전쟁도, IMF 사태도 모두 이겨낸 저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27일 서울 충정로 사무실에서 만난 조규옥 전방(옛 전남방직) 회장은 무척이나 수척해 보였다. 지난 15일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16.4% 인상안(7530원)이 타결되면서 임직원 600여 명을 해고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고 토로했다. 조 회장은 "평소 110 정도였던 혈압이 170까지 치솟았다"면서 "요즘 하루에 2시간도 제대로 못 잘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방을 비롯한 섬유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그야말로 '핵폭탄'이다. 수년 전부터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생산설비를 크게 늘려 위기 상황인데 여기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경영난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조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확정 직후 많은 섬유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확정짓고 있다"며 "보따리 싸서 나가는 모습이 흡사 전쟁 때 피란 가는 모습을 방불케 할 정도"라고 전했다. 전방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창립 멤버이자 1호 기업이지만 경총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인 것에 항의하며 경총 탈퇴 의사를 밝혔다.

고민은 최저임금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도 섬유업계에서는 큰 걱정거리다. 조 회장은 "전기요금이 30%만 상승해도 한 해 생산비용이 60억원이나 추가로 든다"면서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공장을 폐쇄하는 수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전방은 1935년 광주에서 창업한 국내 최장수 기업 중 한 곳이다. 방직업계가 최전성기를 달리던 1960년대 국내 수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민족자본'의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정부의 '해외이전기업 유턴정책'에 맞춰 1996년 인도에 6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공장설비도 한국으로 다시 돌리면서 일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방의 이 같은 일자리 창출 노력도 내년부터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것이 조 회장의 얘기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누적 적자가 300억원을 넘어 이 같은 임금 상승을 견딜 수 없는 구조라는 것. 당장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600여 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우리 회사에 다니는 생산직 직원 대부분이 재취업이 어려운 주부들이다. 이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이전 안 하고 어떻게든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힘써 왔는데,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면서 "내년에 결정되는 2019년도 최저임금까지 이같이 오른다면 채용 축소가 아니라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상승의 여파는 전방이 일본 섬유기업과 진행하는 협력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전방은 1972년 일본 기업들과 합작해 설립한 법인인 '전방군제'도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다. 전방군제는 전방이 50% 지분을 갖고 군제(35%)와 미쓰이물산(15%)이 투자해 한국에서 속옷 등을 생산해왔다.

조 회장은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 끊임없이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어떤 기업이 남아서 사업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근로시간 단축 문제까지 가시화될 경우 탈한국 행렬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우리 전방이 갖는 상징성도 그렇고, 우리 기업만 믿고 살아가는 가족들 때문에라도 우리는 어떻게든 국내 생산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회사가 문을 닫을지언정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조 회장은 경총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경총이 16.4%의 인상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이건 직무유기를 넘어 노동계나 정부와 유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다시는 경총에 안 나가겠다고 말했다"면서 "경총이 계속해서 저자세로 나갈 경우 탈퇴 이상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결정된 이후 경총 수뇌부에 불만을 전달하고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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