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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목멱칼럼]AI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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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서울시립대 컴퓨터과학부 교수] “늑대가 나타났다” 조용한 마을에 소동이 일어났다. 인공지능이라는 늑대가 출현하여 마을이 온통 두려움에 떤다. 예전에
이데일리

도 이런 소동이 두 차례 있었고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마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이번엔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까?

첫 소동은60년 전 1957년에 시작된다. 뉴욕 주 작은 마을에 살던 로젠블랏이 흥분된 목소리로 늑대 출현을 알렸다. 마을 신문 뉴욕 타임즈는 늑대 소동 기사에서 늑대의 특징을 설명한다. “미래엔 AI 늑대가 걷고, 이야기하고, 보고, 쓸 수 있다” 한다. 뉴스를 접한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하지만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AI는 알고 보니 사냥도 못하는 들쥐였다.

한 동안 조용했던 마을에 두 번째 늑대 소동이 일어났다. 소동은 1980-1990년대에 걸쳐 일어났다. 우리에겐 88올림픽이 열리던 때라 친숙하다. 가장 큰 소동은 힌튼의 외침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새로운 늑대로 보이는 역전파 학습과 볼쯔만머신을 세상에 알렸다. 늑대 형상이 흠 없이 완벽하여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늑대는 목소리를 알아 듣고 글도 읽을 줄 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상상 속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AI는 몇 마디 알아듣는 두더지에 그쳤다.

최근 늑대 소동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소동에서 구글 외침이 매우 빠르게 마을로 전파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구글은 이세돌에게 늑대를 직접 보여주었다. 이세돌이 늑대의 대단한 위력을 말하자 마을 사람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젠 우리도 대항할 늑대를 키워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은 연일 AI 늑대의 위력을 알리기에 바쁘다. AI의 위력은 딥 러닝, 빅 데이터, 클라우드, 고속병렬처리, 고성능 반도체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번 늑대 발견의 주인공은 3명의 인공지능 거장들이었다. 늑대 발견 중심에 딥 러닝의 아버지 힌튼 교수가 있다. CPU 대가 패터슨이 인공지능 프로세서 TPU를 설계하고 인공지능S/W의 수재 하사비스가 알파고를 완성시켰다. 주인공의 면면을 보면 이번 늑대가 진짜일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최근 우리 기업도 인공지능 전담 조직을 설립하고 우수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한 소년의 이야기를 눈 여겨 보자. 영국 소년 제프리는 곤충학자 아빠와 수학 선생님 엄마 밑에서 자랐다. 그는 수학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물리 공부와 축구를 좋아했다. 그는 캠브리지대에 입학하여 물리학을 한달 가량 공부한다. 물리학이 마음에 안 찬 그는 건축학으로 바꿔 공부한다. 그는 금세 마음이 바꾸고 물리학과 생리학을 공부한다. 하지만 물리학에서 쓰는 수학이 어려워 또 전공을 바꾼다. 마침내 그는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해 대학 졸업을 한다.

이랬던 제프리가 바로 신경망 AI의 거장이며 2차, 3차 늑대 출현을 외친 제프리 힌튼 교수이다. 현재 70세인 힌튼 교수는 아직도 열정을 잃지 않고 전공을 뛰어 넘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있다. 그는 수학, 곤충학, 물리학, 생리학, 건축학, 철학, 심리학, 컴퓨터공학의 언어를 구사하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소통하는 AI의 선구자이다.

이제 우리도 우수 인재 확보 틀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이다. 제프리 부모처럼 아이의 집중력이 약해 보여도 묵묵히 지켜 봐 주면 좋을 것 같다. 전공간 벽을 낮추고 학생이 전공을 마음껏 넘나들게 하여 스스로 적성을 찾게 해야 한다. 청년에게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처럼 새로운 생각을 접하게 하고 늑대와 함께 뛰어 놀 실습의 장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기업은 힌튼 교수와 같이 융합 거장과 협업하며 그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융합의 정도에 따라 특유한 색채를 지닌 청년이 많아지고 그들의 독특함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우대하는 사회가 될 때 늑대 소동을 잠 재울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엔 우리 연구진이 직접 설계 제작한 자율주행, 자동번역, 스마트진단 상품을 세계에 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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