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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탈원전 제대로 이해할 4가지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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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Q&A로 풀어본 경제이슈 | 탈원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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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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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4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공론화위의 설계에 따라 구성되는 시민배심원단은 공사의 영구중단 여부를 10월말까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탈원전’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뜨겁습니다. 그러나 오해를 바탕으로 한 정보에서부터 의도적인 ‘가짜뉴스’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 <위코노미>가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장과 보도에 대한 ‘팩트 체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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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탈원전” 하면 원전이 곧 사라지는 건가요?

‘2025년부터 전력수급 안정성 우려’, ‘속도 내는 탈원전 “그러다 탈나요”’, ‘탈원전 과속, 누굴 위한 것인가’….

정부가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의 공사 영구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화 절차를 시작한 뒤, 일부 언론에서 쏟아낸 기사·사설 등의 제목입니다.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의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입니다. 또 ‘속도전’ 정책으로 전력수급이 우려된다는 걱정도 섞여 있습니다.

맞는 지적일까요? 우선 에너지 정책의 집행 과정을 조금만 살펴봐도, 이런 주장은 ‘탈원전’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원전 논의는 “핵발전소를 일시적으로 줄이겠다”가 아닌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쟁입니다. ‘단계적 감축’의 출발점도 빨라야 5년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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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는 짧은 기간 안에 짓거나 없애기 어렵습니다. 우선 땅을 정한 뒤 완공까지 천연가스(LNG)복합발전소(2~3년)나 석탄화력발전소(5~6년)보다 훨씬 긴 10년이 걸립니다.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은 30~40년입니다. 최근 건설한 신고리 3호기는 60년이나 됩니다. 설계수명을 채우지 않는다면 경제적 손해가 큽니다. 결국 ‘친원전’이든 ‘탈원전’이든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더라도 신속하게 반영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영구중단 등 ‘공약’이 받아들여지더라도, 핵발전소가 모두 사라지는 이른바 ‘원전 제로(zero)’ 시기는 현재 운영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신한울 2호기의 수명이 끝나는 62년 뒤에나 가능합니다. 정부가 “설계수명을 줄여서라도 핵발전소의 영구중지를 앞당기겠다”고 밝힌 적은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세운 ‘7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천지 1·2호기에 이어 신규 핵발전소가 더 필요하다며 반영한 핵발전소 2기(2026~2027년 착공 예정)를 실제로 만든다면, 탈원전 시점은 80년 뒤에나 가능합니다. ‘속도전’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까마득한 시간입니다.

단계적 폐지의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력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일시적인 ‘전력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습니다. 에너지 정책 구조상 전력거래소가 집계한 2015년 기준 전체 발전량 가운데 31.5%를 차지하는 핵발전소의 비중이 갑자기 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업운전 중인 핵발전소 24기의 전체 설비용량(약 23GW) 가운데 절반이 줄어드는 데까지 드는 기간은 20년입니다. 줄어드는 만큼 다른 에너지원을 적절하게 채워야 합니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년마다 전문가를 모아서 전력 사용량을 예측하고 신규 발전소가 얼마나 더 필요한지를 가늠하는 15년치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됩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5년마다 20년치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습니다. 혼란이 오길 바라기에는 에너지 정책의 논의 구조가 너무 촘촘합니다.

앞선 탈핵 국가에 견줘도 한국 사회의 속도가 빠르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비핵화 중립국’을 선언한 오스트리아는 1972년 완공을 눈앞에 둔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의 폐쇄를 ‘국민투표’를 통해 6년 만에 결정했습니다. 최초의 핵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건설을 계획하던 나머지 5기도 취소했습니다.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독일은 사민당(SPD)-녹색당 연립정권 출범으로 탈핵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게 2000년입니다. 애초 ‘원전 제로’ 시점을 2033년으로 잡았던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겪고 그 시점을 2022년으로 11년 앞당겼습니다. 대만은 국민당과 민진당의 잦은 정권교체로 15년 동안 룽먼 핵발전소 4호기 운영에 대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2015년 민진당이 탈핵을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21일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만으로도 원전은 2079년까지 가동됩니다. 앞으로 60여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공론화에 나서려면 우선 탈원전에 대한 제대로 된 속도감부터 익히는 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Q “탈원전” 하면 전기요금이 폭등할까요?

국내 전력시장에서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에너지원은 핵발전입니다. 발전 비중도 높습니다. 원자력계는 오래 전부터 “원전은 가장 경제적인 전원이며 다른 전원으로 대체하면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싼 값에 많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사라지면 외식비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외식비와 달리 재료값이 제대로 매겨졌는지부터 따지고, 음식량이 적절한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전력 도매상인 한국전력은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를 나눠서 팝니다. 가정용은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더 늘어나는 ‘누진제’를 적용합니다.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의 경우,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전기를 쓰면 할인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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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폭등을 둘러싼 논쟁은 대부분 가정용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 추이는 곧 에너지 정책에 대한 여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력계에서는 2016년 기준 발전량 비중이 유연탄(45.9%) 다음으로 높은 핵발전(37.1%)이 사라지면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모인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지난 5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탈석탄과 탈원전(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계속운전을 하지 않을 경우)을 하면 모두 27.5GW(기가와트)의 대체전력이 필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올리고 나머지 전력 부족분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대체하면 19조9000억원의 추가요금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36% 오를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도 비슷한 예측을 내놨습니다. 에경연은 5월20일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예측을 담은 보고서에서 “새 정부의 정책을 적용하면, 2016년 기준 발전비용이 21% 늘어나며,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가구당 매달 1만25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폭등’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입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에경연의 자료가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중심에 두고 예측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현재의 발전단가를 2029년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에너지청(EIA)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등이 2022~2025년께에는 핵발전이 액화천연가스는 물론 신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도 “에경연의 예측은 액화천연가스발전소가 원전·석탄을 대체한다고 가정할 때, 가동률(평균 40%)을 끌어올리지 않고 새로 짓는다고 전제해 발전비용 부담을 과도하게 예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에경연은 해당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습니다.

민간 연구소도 탈원전·탈석탄을 하더라도 전기요금 폭등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석탄화력발전 일부를 천연가스발전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2.3조~2.6조원(총 12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가구당 비용으로 계산하면 월 1600원 정도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 “발전단가에 반영 안 된 사고위험 비용과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수명만료 원전의 연장을 제한하고,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제외한)원전의 백지화를 통해 2030년까지 전체 발전원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을 22%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발전단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한전이 전기요금 상승분을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핵발전과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전기를 팔아온 한전은 2016년 사상 최대인 12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상승률이 탈원전 국가보다도 높다는 사실은 한전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6년 전력정보’를 보면, 독일과 일본의 2010~2014년 가정용 전기요금(㎿h당 달러) 증가율은 각각 23.9%, 3.8%로, 우리나라(32.5%)보다 낮았습니다.

Q “탈원전”으로 원전시장 경쟁력 잃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2500억원 들여서 원자로를 만들었어요. 2500억원 들여서 22조원어치를 수출하던 사업이 사그라들게 됐으니 안타깝습니다.”(한국수력원자력 임원)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의 공사 중단과 관련해 원전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전시장 속 경쟁력’입니다. 한수원 등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자로(APR1400)를 아랍에미리트(UAE)에 22조원어치를 판 것이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합니다.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모인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탈원전 정책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한 원전산업이 죽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비판합니다. 국내 인력과 기술로 만든 핵발전 산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중소기업이 중심으로 있는 기기공급업체나 설계·엔지니어링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원자력공학과 학생은 ‘일자리’를 걱정합니다. 13곳의 원자력 관련학과 학생회가 모인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지도자의 정책 결정 한번으로 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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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은 발전 가능성 높은 원전산업에 발목을 잡는 걸까요? 그 답은 60년 넘은 전세계 원전산업이 현재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원전업계의 주장과 달리 전세계 원전 시장은 선진국 중심에서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전세계 핵발전소의 숫자를 살펴보면, 원전산업은 ‘장밋빛’처럼 보입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통계를 보면, 7월 기준으로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30개국에서 446기가 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는 59기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에 집중돼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터키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벨기에·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계획이 없습니다.

한수원 등은 외국에 핵발전소를 지어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해외시장 진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원전 운영 기술을 얻어 독립한 중국이나 자체 기술을 보유한 러시아에 핵발전소를 수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때 원전산업을 이끌던 미국·프랑스 등은 이미 사업을 접었습니다. 고리1호기 건설사업을 수주했던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올해 파산했습니다. 미국에서 에너지 가격 하락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규제로 많은 비용이 추가로 들면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웨스팅하우스의 모회사인 일본 도시바도 해외 원전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도 2025년까지 전체 58기 가운데 17기를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원전업체 아레바가 사업난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전업계는 1기당 건설 비용(약 4조원)을 따져보면 전세계 원전시장이 640조원 규모라고 말하지만, 핵발전소 건설로 이윤을 남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 탓에 원전업계가 신규 원전 건설을 고집하지 말고 ‘폐로 시장’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세계적으로 설계수명이 돼 영구정지에 이르는 핵발전소가 2040년께 300기가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80% 수준이며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개를 확보하고 있다”며 “원전 해체산업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원전업계는 한수원·한전 등에 파견된 인력이 3천명이라고 말하지만, 원전 해체산업 등에 진출하면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2016년에 펴낸 ‘원자력백서’를 보면, 핵발전소 관련 인력은 2014년 기준 3만3497명으로 지난 9년 동안 평균 5.3%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원전 건설만 고집하는 것이 원자력공학과 학생의 ‘일자리 창출’을 막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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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쓰나미로 냉각계통이 마비돼 원자로가 폭발하는 ‘중대사고’를 겪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후쿠시마/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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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는데 왜 자꾸 문제 삼나요?

‘원자력 안전과 편익 대국민 설명서’에는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된 후 40년 동안, 25기의 원전이 단 한건의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영됐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모인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교수단)이 6월8일 발표한 이 설명서에는 “현재까지 대형 원전 사고가 세 번 났지만, 우리 원전과 완전히 달라 격납건물도 없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난 사고를 제외하면 원전 사고 결과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후쿠시마 사고를 포함해서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수단이 언급한 ‘사고’의 뜻은 “원자로 시설의 설계 기준을 초과해 원자로 노심이 손상되는 사고”인 이른바 ‘중대사고’입니다. 국내 원전의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중대사고 경험이 없습니다. 한수원은 중대사고가 아닌 가동 중단의 상황이 생기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를 해야 합니다. 가장 최근인 6월5일 한울 5호기의 냉각재 펌프 4대 가운데 절반인 2대가 멈추면서 원자로 보호 신호가 발생했을 때에도 이 시스템이 작동했습니다. 원전 운영능력은 이러한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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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대사고가 없던 우리나라에서 왜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중대사고’에 대한 예측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후쿠시마 원전도 안전을 위한 설계가 있었지만, 지진 때문에 발생한 쓰나미를 막지 못했습니다. 쓰나미의 규모가 예측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도 후쿠시마 사고 뒤, 국내 원전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지진·쓰나미 대비 설계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새로 짓는 신고리 5·6호기의 내진설계를 강화해 규모 6.9를 적용하고 있지만 한반도 지진의 최대 가능 규모인 7.5에 못 미친다”며 안전성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큰 우려는 원전이 밀집한 환경입니다. 그린피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단지를 분석해본 결과,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3호기가 모여 있는 부산·울산의 고리원자력발전본부의 발전용량이 6860㎿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공사를 일시중단한 신고리 4~6호기까지 들어서면 발전용량은 더 늘어납니다. 중대사고가 벌어졌을 때,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둔 ‘방사선비상계획구역’(핵발전소 반경 30㎞) 안에 사는 인구도 382만명으로 최다입니다. 고리본부뿐 아니라 한울원자력발전본부(6216㎿·5만명)와 한빛원자력발전본부(6193㎿·14만명), 월성원자력발전본부(4809㎿·130만명) 등 국내 원전단지는 모두 전세계에서 발전용량이 높은 상위 10곳에 포함됐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당시 원전 30㎞ 반경 지역이 피난구역으로 선포된 바 있습니다.

그런 탓에 유례 없는 우리나라의 원전단지에 대한 위험성 분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계획에 반대했던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는 “이미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것은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조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다수 호기에 대한 안전성 분석의 경우) 원전 운영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가 안 해봤다면,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작업인 셈입니다.

한수원을 향한 ‘대국민 신뢰도’도 안전성 논란을 키웁니다. 한수원은 2013~2014년 잇따른 납품 비리가 드러나면서 전·현직 임직원 100여명이 기소되는 등 사업 시행자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습니다. 그 뒤 경영혁신안 등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원전 운용의 독점 사업자로 감시·견제를 받기 힘든 구조는 여전합니다. 일본 국회조사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조사보고서에서 “명백한 인재”라는 결론을 담은 것처럼,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신뢰도 확보가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셈입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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