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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아베 내각 추락에도 지리멸렬... 일본 제1야당 민진당 렌호 대표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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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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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렌호(蓮舫·50) 대표가 27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일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데도 ‘반사 효과’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는 당의 지리멸렬한 상황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렌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에서 물러날 결단을 내렸다”면서 “일단 제가 사임하고 새 지도부가 보다 강한 당을 만드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렌호 대표는 지난해 9월 ‘야당 재건’을 내걸고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후 10개월여만에 물러나게 됐다.

렌호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데는 지난 2일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 분출하고 있는 책임론이 좀체 가라앉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퇴 결심을 한 이유에 대해 “공격 부분은 확실하게 행정감시를 해왔다. 다만 수비 부분에선 제가 힘을 충분히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역사적 참패’에 가려서 부각되지 않았지만, 도쿄도의회 선거 과정에서 민진당에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로 옮기는 후보들이 잇따랐고, 그나마 남아있던 의석도 7석에서 5석으로 줄어드는 수모를 당했다.

게다가 아베 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등 ‘대안’으로서의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23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오히려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하락한 5%에 그쳤다.

이 때문에 민진당 내에선 당 지도부의 쇄신이나 당의 환골탈태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랐다. 렌호 대표는 자신의 이중국적 보유 문제가 선거 패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 18일 호적등본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당의 실질적 운영자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도 2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책임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렌호 대표는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 원인 등을 논의하는 임시 집행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참석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렌호 대표는 “아베 신조 총리는 개각을 해도 총리직에서는 안 물러날 것인 만큼 새 지도부가 국민의 불만을 대변해 갈 것”이라면서 “강한 민진당을 보여주기 위한 대표 선거를 거쳐 아베 내각 대신 우리들이 있다고 강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진당이 ‘강한 야당’으로 재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진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지난 2009년 역사적 정권 교체를 이뤄냈지만 잇따른 실책 끝에 3년만에 정권을 반환했다. 이에 따른 일본 국민들의 불신은 지금까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보수·진보, 개헌파·호헌파가 섞여 있는 복잡한 당내 사정도 당 재건을 방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선 “어차피 해산될 정당”이라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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