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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알바없는 사회“손님, 주문은 기계로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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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중심 셀프주문기계 증가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절감 속내

점주 “초기비용 높지만 장기적 이익”

편의점 등은 셀프계산대 이미 도입


#. “여기, 주문 할게요.”

“손님, 주문은 기계로 하시면 됩니다.”

지난 26일 오후 6시,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베트남 쌀국수 집을 방문한 직장인 김민영(28) 씨는 주문을 받아가는 직원이 없어 당황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직원은 대신 출입구에 위치한 기계를 가리키며 주문을 하라고 안내했다. 기계 앞에 선 김 씨는 화면에 표시된 메뉴들 중 원하는 요리를 고르고 카드 투입구에 신용카드를 밀어넣어 결제까지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메뉴가 나왔고, 식사를 마친 후엔 별도의 계산을 할 필요 없이 일어나기만 하면 됐다. 김 씨는 “마치 자판기에서 쌀국수를 뽑아 먹는 기분이 들었다”며 “다만 주문기계 사용법이 간단해서 주문을 하고 결제하는 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헤럴드경제

유통가에 무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업무 효율화에 따른 새 트렌드인데,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무인화는 한층 속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한 대학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운영하는 셀프 주문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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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가에 위치한 소규모 식당을 중심으로 주문을 받는 기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도 셀프 주문 기계는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매장에 설치된 셀프 주문 기계로 소비자들은 햄버거 소스를 선택하거나 음료에 얼음을 빼는 등의 ‘맞춤형 주문’도 할 수 있다. 이는 셀프 주문 기계의 설치비 및 운영비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인건비보다 적게 들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본 라멘가게를 운영하는 한승욱(41) 씨는 “처음 설치할 때 560만원 가량 들었고 매달 전기세 정도 나가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며 “사용법이 복잡하지 않고 선불로 주문을 받을 수 있어 손님 입장에서도, 가게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흐름은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치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되면서 아르바이트생의 자리를 무인기계가 대체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내년도 최저시급을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무인 주문기계 전환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9일 구인 구직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알바생 고용을 대폭(50% 이상) 줄인다’는 답변이 24.4%로 나왔고, ‘알바생 고용을 어느 정도(10~20%) 줄이겠다’는 답변이 23.9%로 나타났다. ‘알바생 고용 대신 가족 경영을 고려하겠다’는 답변은 20.2%,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겠다’는 응답은 9.7%로 뒤를 이었다.

물론 ‘무인’ 열풍은 소규모 식당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2005년부터 무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 90여개 점포에서 390대 가량의 셀프계산대를 운영 중이다. 고객들은 바코드 상품 가격을 직접 스캔하고 현금ㆍ신용카드 등의 결제 수단을 선택해 지불할 수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셀프계산대가 설치된 시그니처점의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고객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으면 바코드 위치와 상관없이 무인 계산대가 스캔해 물건값을 계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간단 계산을 하는 인력을 무인 기계로 대체하면서 직원들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라며 “인건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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