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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세계원전 3强'서 스스로 발빼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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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시장, 美·日·프랑스 몰락하고 최근엔 韓·中·러가 주도

21조원 영국 원전 수주戰에 한국은 신고리 5·6호 모델로 경쟁

전문가들 "정부 脫원전 정책 발표로 수출 전쟁서 뒤처질 우려"

영국에서는 지금 한국을 비롯, 중국·러시아 등 원전 수출국들 사이에 21조원 프로젝트 수주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 북서부에 2025년까지 원전 3기를 짓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가 그 무대다. 당초 일본과 프랑스가 맡았지만 자금난에 빠지면서 새로운 사업자가 필요해지자 원전 수출국들이 일제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수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APR-1400은 건설을 일시 중단한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짓고 있는 원전에 들어가는 모델이다.

한·중·러가 세계를 전장(戰場)으로 펼치는 '원전 삼국지(三國志)'는 원전 산업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 주도권은 미국·프랑스·일본에서 한국·중국·러시아 '신흥 삼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원전 공사 기간를 맞추는 '온 타임(on time) 온버짓(on budget)'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 세계 600개 원전 평균 건설 기간은 82.5개월인데 한국이 UAE에서 짓는 바라카 원전은 54개월로 대폭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 건설 단가도 한국은 ㎾당 1556달러로 러시아(2993달러)나 중국(1763달러)보다 낮으며, 원전 운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이용률은 86.4%로 세계 평균(77.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전 세계 원전 고장 정지율은 평균 5.9%이지만 우리나라는 1.1%다.

영국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수만 명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다. UAE 원전 수주 당시 정부는 10년간 11만명에 달하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으며, 지금도 3000여명에 이르는 한국인 직원들이 UAE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여야가 추경 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대립했던 공무원 일자리 증원 규모는 1만2000명이었다.

원전 산업 단체 한 임원은 "기존 원전 강국들은 모두 자국 건설 경험이 수출 밑바탕이 됐고, 중국과 러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해외를 공략하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은 수출 길을 막게 되고 결국 우리 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중국 원전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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