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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대선 일등공신 세션스측 "트럼프, 완전 정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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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연일 비난 쏟아내자… 정면으로 들이받아]

- 러 스캔들 수사로 사이 틀어져

美 언론 "양측 조용히 전투 중… 이젠 서로 말조차 안 섞어"

세션스측 "주요 정책 이끌었는데 대놓고 모욕… 잔인한 행동"

"트럼프와 세션스가 조용히 전투를 치르고 있다. 둘은 이제 서로 말도 섞지 않는다."

25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 당시 상원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자신을 지지했던 세션스를 대선 승리 일등 공신으로 대접했지만, 지금은 연일 그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세션스 측도 트럼프의 비판을 "완전히 정신 나간 행동(beyond insane)"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트럼프와 세션스 간 갈등의 진원지는 '러시아 스캔들'이다. 이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가, 법무장관임에도 수사 지휘선상에서 물러나 수수방관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션스에게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은 작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포함한 가족과 측근들이 연루돼 있다.

세션스는 대선 기간 러시아 대사를 만난 사실이 밝혀지자 지난 3월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 스캔들은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지명한 로버트 뮬러 특검이 맡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션스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그는 "세션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스스로 물러나지 말아야 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장관직을 맡기 전 내게 먼저 이야기했어야 했다"면서 "그랬다면 다른 사람을 지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션스를 경질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는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대선 당시) 세션스가 나를 지지했고 덕분에 그의 지역구인 앨라배마에서 이겼지만 그렇다고 그 지지 선언이 대단한 충성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4일과 25일 트위터에도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의 법무장관(세션스)은 왜 사기꾼 힐러리의 범죄는 조사하지 않는가" "세션스는 힐러리의 범죄와 정보 유출자에 대해서는 매우 나약한 입장을 취해 왔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지적한 '힐러리의 범죄'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로 극비 문서를 주고받아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이메일 스캔들'을 가리킨다. 법무부가 이메일 스캔들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만 파고든다고 공격한 것이다.

세션스 측은 트럼프의 이런 비난에 분노하고 있다. 대선 당시 캠프 내 좌장 역할을 담당했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입안하고 국경 치안을 강화하는 등 핵심 정책을 주도한 '개국공신'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션스의 한 측근은 25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 인터뷰에서 "세션스는 완전히 열받았다(totally pissed off)"며 "(트럼프의 행동은) 잔인하고, 멍청하다"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세션스는 중요한 업적을 이뤘다"면서 "그는 물러나지 않고, 트럼프에게 자신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 근거를 대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조차 세션스 경질엔 반대하는 분위기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세션스 경질은 자기 파괴적인 행위"라며 "(트럼프에게) 세션스를 자르겠다는 생각은 당장 버려라. 그는 당신의 친구다"고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미 세션스의 후임으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라이벌이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MSNBC 등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션스가 '불쌍한 제프 세션스'로 불릴 처지에 놓였다"고 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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