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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침수로 망가진 청주 아파트 변전실, 주민이 20억 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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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침에 지하시설 보상은 없어

“전기 끊겨 고생한 것도 억울한데

가구당 440만원 물어내라니 … ”

주민들, 시 상대로 손배소 계획

중앙일보

2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 지하 1층에서 관리사무소 직원이 고장 난 소방시설 배전기를 점검하고 있다. 청주는 지난 16일 290㎜ 넘는 폭우로 큰 피해를 봤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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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동안 전기·상수도가 끊긴 것도 억울한데 졸지에 가구당 440만원을 물어야 한다니 황당하네요.”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신영지웰홈스 아파트. 주민 신현숙(72)씨는 “(최근 폭우로) 아파트 지하에 있는 변전실과 자가발전기 등에 물이 차는 바람에 지하 시설물이 고장 났는데 이 비용을 주민들이 내야 한다”며 “아파트 시설물은 시청에서 복구비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니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11개 동 규모로 452가구가 살고 있다. 지난 16일 청주에 290㎜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인근 복대천이 범람했고, 역류한 하수와 우수(빗물)가 아파트 지하 1~3층까지 가득 찼다. 이 과정에서 지하 2~3층에 있는 변전실과 기관실 등이 물에 잠겼다. 변전기와 변압기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와 자가발전기, 소방설비, 상수도 펌프, 주차시설 등이 피해를 보았다. 주민들은 일주일 넘게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했고 여관 등을 돌며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관리사무소는 피해액을 15억∼20억원으로 추정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에서 발생한 피해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며 “현재 아파트 시설을 보수하는 데 쓰는 장기수선충당금이 2억원에 불과해 가구당 330만~440만원 정도를 걷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지침’에 따르면 아파트 지하나 변전실·기관실 등에서 발생한 피해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 주민(3개 동 181가구)도 지난 폭우로 졸지에 4억2670만원을 물어야 할 처지다. 김남이 관리소장은 “장비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비용이 4억원을 넘어 가구당 236만원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아파트 주민들은 “전기·수도·가스 등 공용으로 쓰는 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일브리제하임 주민 유지영(38·여)씨는 “전기가 안들어와 딸과 함께 여관과 친정집을 전전하며 큰 불편을 겪었는데 20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니 너무 화난다”고 했다. 지웰홈스 수해피해복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 서명을 받아 청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충북도는 공동주택의 공용시설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이재민에 포함시키고 수리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25일 정부에 건의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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