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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옐런 연임이냐, 트럼프 친구냐 … 차기 Fed 의장 2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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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은 낮은 금리 선호해 좋아한다”

트럼프 ‘연임 시사’ 인터뷰 바로 뒤

“콘이 차기 의장 맞다” 오락가락 발언

시장선 월가 출신 콘에 부정적 반응

40년 이어진 연임 관례 깨질지 관심

옐런의 연임이냐 트럼프 ‘절친’의 등극이냐. 내년 2월 임기 종료를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자리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에 재닛 옐런(70) 현 의장과 게리 콘(56)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당연히 두 번째 임기를 맡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옐런은 역사적으로도 ‘낮은 금리 선호자’에 속한다. 나는 낮은 금리가 지속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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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콘 위원장을 옐런 후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콘 위원장이 차기 Fed 의장 후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지만, 맞다”고 답했다. 인터뷰 자리에는 콘 위원장도 배석했다. 트럼프는 “당연히 게리는 후보군(mix)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옆에서 듣고 있던 콘 위원장은 크게 웃으며 양손으로 귀를 가리는 시늉을 했다.

트럼프는 애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옐런 의장을 좋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5월 트럼프는 당선되면 옐런을 임기가 끝나면 교체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해 9월에는 옐런이 오바마 대통령을 돕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연임은 물 건너간 듯 보였다. 하지만 취임 후에는 옐런에 대한 비판을 거둬들였다. 올해 3월과 6월 Fed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연말께 또 한번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데도 트럼프 입에서 Fed에 대한 불만이 나온 적이 없다.

트럼프는 옐런 의장과 콘 위원장 외에도 “두세 명의 후보가 더 있다”고 말했지만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차기 의장 후보자 인선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은 결정하기에 좀 이르다. 연말쯤 되서 공개하겠다”고 말해 좀 더 숙고할 뜻을 내비쳤다.

블룸버그는 2006~2011년 Fed 이사를 지낸 케빈 월시, Fed 내 유일한 공화당원인 제롬 파웰 이사,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낸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을 잠재 후보자로 꼽았다.

시장에서는 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더 큰 편이다. 콘 위원장은 월스트리트 출신이다. 그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사장을 지냈다.

뉴욕타임스는 골드만삭스에서 상품·채권·주식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은 뒤 사장까지 올라간 콘의 이력을 언급하며 콘이 중앙은행 업무를 지루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 CNBC방송은 “상품 트레이더 출신인 콘이 Fed 를 이끄는 것은 도박 중독자에게 카지노를 맡기는 꼴”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콘의 옛 동료들은 그가 월스트리트에서 일할 때 Fed 의장의 막강한 힘, 그리고 백악관에 들어간 뒤로는 Fed의 독립적인 역할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콘 위원장이 Fed 의장 자리를 마음에 두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옐런은 예의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연임을 희망하는지 또는 내년 2월로 임기를 마치고 싶은지 의사를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는 “나는 의회가 부여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 (연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바가 없다”고 말했다.

Fed 전문가인 마크 스핀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낮은 금리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만큼 옐런보다 금리를 더 빨리 인상할 가능성 있는 매파를 굳이 임명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40년간 Fed 의장의 연임은 관례였다. 때문에 트럼프가 옐런 의장을 재임명하지 않을 경우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된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폴 볼커 의장(임기1979~87년) 이후 옐런 전까지 3명의 의장이 모두 4년짜리 임기를 2차례 이상 연임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87~2006년)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까지 4명의 대통령과 일했다. 벤 버냉키 의장(2006~14년)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서 Fed 의장을 역임했다.

Fed 의장의 임기는 대통령이 취임한 이듬해에 만료되도록 짜여져 있다. 대통령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시차를 뒀지만 대부분 대통령은 전임자가 임명한 의장과 함께 가는 것을 선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책의 지속성과 금융 시장 안정을 고려해 상대 정당이 선임한 의장이라도 연임시키는 게 관례였다”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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