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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새 역사교과서 ‘독재’ ‘친일파’ 용어 놔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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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정’ 폐지 이후 2020년 3월부터 ‘검정’ 적용

지난 정부서 만든 ‘집필기준’도 없애고 새로 만들기로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국정교과서에서 지우려 했던 ‘독재’와 ‘친일파’ 같은 용어들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6일 “학계와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정교과서 폐지 후속조치를 시행한다”며 ‘2015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개정해 2020년 3월부터 새 역사 검정교과서를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만든 집필기준이 검정교과서에까지 적용되면 ‘뉴라이트 사관을 따랐다’고 평가된 국정화나 다름없게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들여, 교육부가 집필기준을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새 고교 한국사와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당초 계획했던 2018년보다 2년 늦은 2020년부터 학교현장에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박근혜 정부가 3년여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며 촉발된 갈등과 논란은 일단락됐다.

교육부는 2015년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고, 그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시작됐다. 2015 역사과 교육과정에는 중·고교 모두 현대사 부분에서 2009 교육과정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돼 있었다. 1948년 8월15일을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건국일로 보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학교에서는 1930년대 이후 독립운동을 거의 적지 않았고 고교에서도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사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독재’가 아닌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민주주의와 산업화는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라는 용어로 바꿔 시장주의 이념을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정교과서 집필기준도 이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교육부는 집필기준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아 ‘복면집필’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러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11월 말 현장검토본 공개를 사흘 앞두고서야 집필기준을 공개했다. 뒤늦게 공개된 집필기준 역시 뉴라이트 사관 일색으로 채워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에 국정교과서를 쓰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국·검정 혼용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을 검정교과서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지시에 따라 5월16일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체제에서 검정체제로 전환하는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전면 손보게 된 것이다.

지난 6월부터 한달여 동안 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집필기준은 ‘개정’과 ‘폐기’로 양분됐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교육부는 이달 말 교육과정 총론 부칙을 개정해 새 역사교과서를 2020년부터 현장에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는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재검토한 뒤 내년 1월 새 교육과정과 검정교과서 개발 계획을 발표한다.

당분간 학교현장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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