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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립박수 받은 '돌아온 노병'...뇌종양 투병 매케인, 오바마케어 폐지에 불씨 지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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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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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혈전 제거 수술을 받고 뇌종양 치료로 입원 중인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의사당으로 돌아왔다. “상원은 분열했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하는 80세 노병에게 민주·공화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인사했다.

매케인은 25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해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 폐지 논의를 위한 표결에 참석했다. 애리조나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그는 이날 표결을 위해 미국을 가로질러 동부 워싱턴까지 날아왔다. 오후 3시쯤 매케인이 의사당에 들어서자 양당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다. 매케인은 양 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화답했다. 왼쪽 눈 위로 붉은 수술 자국이 뚜렷했다. 매케인은 “보기에는 별로 안좋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대해 토론할지를 묻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48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등 양당 의원들이 투표를 마친 그에게 다가와 포옹하고 악수했다.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폐지 주장을 ‘말장난’이라고 비판하며 “2000만 국민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했던 75세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도 매케인을 끌어안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의 어색한 포옹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전했고, 영국 가디언은 “샌더스와 매케인은 서로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었다. 즉석 왈츠였다”고 적었다.

투표 직후 매케인은 자리에 서서 15분간 연설했다. “우리 건강보험제도는 끔찍하다. 공화당은 아직 대안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워싱턴포스트는 매케인이 ‘성난 설교자’ 같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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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양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서로를 신뢰하고,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돌아가자”면서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중요한 문제들을 놓고 헛수고만 해왔다. 복도 건너편(상대당)의 도움 없이 이길 방법만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매케인이 소위원회 청문회나 다른 절차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 붙이려 한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매케인은 지난 10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케어의 대안으로 내세운 ‘트럼프케어’에 대해 “사실상 사망했다”면서 “민주당 도움 없이 공화당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상원 6선 의원인 매케인은 “내가 기억하는 어느 때보다 지금 상원은 더 당파적, 부족적으로 변했다”면서 “우리를 뽑은 유권자들에게 더 훌륭하게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디오와 TV,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는 큰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중단하자”면서 “그들은 공공의 선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의 무능이 곧 그들의 생계”라고 소리 높였다.

매케인은 “나는 토론을 허락하고 수정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대로의 법안에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법안은 껍데기만 남았다”고 했다. 이날 투표가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한 토론에 찬성하는 것이지 공화당 법안에 대한 동의는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날 표결은 찬성·반대 50 대 50을 기록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가결됐다. 매케인의 한 표 덕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케어’ 좌초 위기에 우왕좌왕하던 공화당도 구심점을 찾은 분위기다. 취임 후 숱하게 매케인과 충돌해 온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매케인이 투표하러 온다니 정말 대단하다”면서 “미국의 용감한 영웅”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러나 매케인은 이날 연설에서 “의회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라면서 다시 한번 백악관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지난 19일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불러 “내 책상에 법안이 올라올 때까지 이곳을 떠나선 안된다”, “상원의원으로 남고 싶지 않으냐” 등 협박성 경고를 날린 트럼프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

뉴요커는 워싱턴까지 날아와 표결에 참가하고 양당의 협력을 강조한 메케인을 칭찬하며 “공화당의 많은 다른 의원들이 그의 말대로 행동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매케인이 말로는 양당 협력을 촉구하면서 오바마케어 폐지 토론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허핑턴포스트는 “매케인은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덕으로 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 그가 설령 대폭 수정이 된다 해도 미국인 수백만명의 건강보험 혜택을 빼앗아 버릴 법안을 위해 병상을 나섰다”고 적었다. 더애틀랜틱은 “매케인의 말처럼 지금 건강보험은 엉망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대체법안은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면서 “매케인의 연설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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