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레이더P] 정권 바뀔때마다 부처 이름 꼭 바꿔야 하나…`샅바싸움` 백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처 명칭을 둘러싸고 샅바싸움을 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부처 간 힘겨루기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 간의 헤게모니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정책 혼선과 지연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은 국정 연속성을 위해 개편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하지만 '간판 바꾸기' 등을 통한 전 정권의 흔적 지우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명칭이 확정된 행정안전부가 대표적이다. 행정안전부는 김대중정부 당시 행정자치부에서→행정안전부(이명박정부)→안전행정부(박근혜정부)→행정자치부(세월호 사건 후)로 간판이 바뀌었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행정안전부(국민안전처와 행정자치부 통합)로 확정됐다.

행정부에 자치와 안전 단어를 조합해가며 최근 4년간 세 번이나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 하지만 여전히 부처 이름을 두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자치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대신) 행정자치안전부로 명칭을 바꿨으면 한다"며 안행위 의결안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상징적 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탈바꿈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67년 과학기술처로 출범해 1998년 과학기술부로 바뀐 이후 명칭과 조직 기능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출범 때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돼 교육과학기술부로 바뀌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교육부를 분리한 대신 방송통신위 업무와 지식경제부 업무를 일부 흡수하며 미래창조과학부가 됐다. 정부부처 이름에서 '정보통신' 이름이 다시 들어간 것은 9년 반이고 '과학기술'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4년 반 만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명칭 변경을 놓고는 정부, 정치권, 벤처 업계에서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는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 부처 '명칭'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 원안은 중소벤처기업부였지만 바른정당은 '외래어'를 사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말을 써서 중소기업창업부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야 4당 원내수석들은 이날 오전 부처 명칭을 '중소창업기업부'로 변경하자고 합의했다. 부처 이름에 외래어가 들어간 사례가 없다는 바른정당 측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자 국내 벤처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벤처기업협회 등 6개 협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혁신벤처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해당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나 '중소기업벤처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안행위 논의 과정에서 '벤처'라는 단어의 상징성을 고려해 부처 명칭에 넣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다시 중소벤처기업부로 최종 확정됐다. 결국 막판 줄다리기 끝에 중소벤처기업부(정부 안)→중소창업기업부(국회 논의 안)→중소벤처기업부로 확정된 것이다.

장차관급 지위가 바뀌면서 부침을 겪는 일도 생긴다. 차관급으로 개편된 대통령경호처는 이명박정부에서 경호처로, 박근혜정부에서 장관급인 경호실로 위상이 달랐다. 국가보훈처도 이명박정부 때 차관급으로 떨어진 지 9년여 만에 장관급 부처로 환원됐다. 국가보훈처는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창설된 이후 장관급 부처로 유지되다 김대중정부 때 차관급, 노무현정부 때 장관급, 이명박정부 때 다시 차관급으로 위상이 바뀌어 왔다.

부처 명칭을 바꾼다는 것은 새 정권의 정책적 의지를 담는다는 측면이 있지만 비용과 상당한 공력이 소요된다는 점은 논란이다. 정권 운용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측면이 크다보니 이에 대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처 명칭을 바꾸는데 상당한 금액이 드는 것으로 안다"며 "정권마다 부처 명칭이 바뀌는 혼란과 비용이 들지 않도록 큰 틀에서 연구 좀 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국민안전처 폐지 및 해양경찰청·소방청 외청 독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 조직은 현행 17부 5처 16청에서 18부 5처 17청으로 확대·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범 기자]
[정치뉴스의 모든 것 레이더P 바로가기]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