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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투자조합 주의보]⑤"단속하겠다" 뒷북 규제 나선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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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불공정거래 혐의 13건 조사…"상당기간 필요"

최대주주 변경 투자조합 구체적 사항 공시서식 개정

"사건 터진 다음에야 조사하는 한계 벗어날 수 없어"

☞4편 에서 이어집니다.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최근 투자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코스닥 A사. 새 최대주주는 주식 분할과 무상증자로 주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이후 중국·베트남 등에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을 알려 주가 올리기에 나섰다. 특정 조합 상대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으며 주가가 오르자 해당 조합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4달만에 이뤄졌고 투자조합은 15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투자조합의 상장사 인수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같은 위법행위 혐의가 잇따라 포착되자 금융당국도 단속에 나섰다. 최근 2년간 발생한 사례들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갔으며 모니터링과 공시를 강화했다. 다만 투자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에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2016년 투자조합이 상장사를 인수한 사례는 총 42건이다. 이중 13건에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인수조합 대리인과 투자자를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1건은 조치가 완료됐으며 12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제재조치에 필요한 확실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조사에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공조해 투자조합 감시에 나섰다. 금감원은 42건의 사례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갔으며 올해 투자조합의 행태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며 위법행위가 밝혀지면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박은석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국장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된 사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가 없다”면서도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올해와 향후 투자조합 기업 인수 과정도 실시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도 경영권 매각이나 계약 공시사항, 이상 거래량뿐 아니라 회사의 실질 사업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4월 투자조합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한다고 밝힌 금융당국은 시장에 즉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투자조합의 상장사 인수가 줄어드는 경향이다. 올 들어 4월까지 투자조합이 최대주주로 변경된 사례는 10건이지만 이후 2건으로 줄었다.

공시 제도도 개선했다. 조합에 관한 공시사항을 누락하거나 조합 구성원 및 주요 재무현황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공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을 일삼고 있어서다. 투자조합의 최대주주 변경 관련 주요사항을 공시할 때 투자조합 출자자수, 대표자·업무집행자·최대주주 성명 및 지분, 주요 재무사항 등을 기재하도록 공시서식을 개정·시행하고 있다. 투자조합의 대량보유사항 보고(5% 보고)시 전체 조합원 위임장을 첨부토록 했다.

다만 국세기본법상 수익을 구성원에게 분배하지 않는 등 요건을 충족하는 법인으로 의제하는 단체에 해당될 경우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화선 금감원 공시제도실 실장은 “공시 사항을 위반한 경우 해당 사항의 중요도, 의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조치가 결정된다”며 “공시 위반에 대해 실시간으로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고 상당기간이 경과된 뒤에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개선된 공시 제도를 시행하고 예외규정을 통해 빠져나가는 문제가 발생된다면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의 한 방법으로서 늘어나는 투자조합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으며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고충이다. 지나친 규제 보다는 시장의 자체적인 필터링이 필요할 뿐더러 불공정거래 등 문제가 생긴 부분만 건드려야지 제도 자체를 틀어막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조합 관련 실질적으로 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조사에 들어갈 수 있는 문제점이 있긴 하다”며 “현재로서는 예상되는 후유증이 있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제도를 틀어막을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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