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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왁자지껄 이 뉴스] 군함도 '오프닝 크레디트'서 투자자 이름 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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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 때 감독 등 소개 자막, 국내선 '투자자 이름 먼저' 관행

제작자들 "창작자 예우" 환영

조선일보

영화 ‘군함도’에서 미군의 공습을 피해 달아나는 강제 징용 조선인들의 모습. /CJ엔터테인먼트


26일 개봉하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올여름 최고 기대작 중 하나. 개봉 전 시사회가 뜻밖의 화제를 낳고 있다.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오프닝 크레디트' 때문이다.

원래 '오프닝 크레디트'는 제작자·감독·배우 등의 이름을 간략히 소개하는 자막. 할리우드 등 외국 영화와 달리 우리 영화는 대개 제작비를 댄 투자사 대표들의 이름을 맨 먼저 내보낸다. 그런데 이번에 '군함도'가 투자자들 이름을 영화 끝난 뒤 나오는 '엔딩 크레디트'로 옮겨 버렸다.

2000년대 초·중반 침체기 때 투자 쪽 영향력이 커지면서 오프닝에 투자자 이름을 앞세우기 시작했는데, '군함도'가 이걸 깨뜨린 것이다. 과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의 전례가 있지만 여름 블록버스터의 오프닝에서 '투자자 우선 관행'을 뒤집은 건 '베테랑'(2015)의 천만 감독 류승완이 처음이다.

'오프닝 크레디트'에 누구 이름이 먼저 나오느냐 문제가 민감한 것은 많은 제작자·감독들이 이를 '창작자의 자존심'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군함도'를 본 영화인들은 대체로 환영 분위기. 한 중견 제작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투자자 이름이 창작자 앞에 오는 건 그림에 화가 낙관보다 화구(畵具) 제공자의 도장을 먼저 찍는 것과 같다. 관행을 타파해준 류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군함도'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투자자보다 실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예우해야 한다는 게 감독·제작자 의지였고, 투자사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바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어 관객에겐 좋은 일이지만 '자본에 대한 창작자의 독립' 같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과잉 반응"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투자 배급사 관계자는 "과거엔 영화에 자기 이름 나오는 걸 보고 싶어 투자하는 사람, 공동대표니까 둘 다 이름 넣어 달라는 사람 등 별의별 투자자가 다 있었다. 요즘은 창작 과정에 대한 간섭 자체가 어려운 구조이고, 전문 투자사들이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투자하기 때문에 오프닝에 이름 나오는 데 큰 의미를 두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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