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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작 '제 식구' 26명은 추경표결 빠져… 與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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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없어도 정족수" 큰소리 쳤다가… 한국당 찾아가 읍소]

정족수 모자라 한때 표결 지연… 한국당 복귀해 가까스로 통과

野 "거대 여당 무능 드러낸 것"

해외출장 등 26명에 비난 빗발… 親文 지지자들 "돌아오지 마라"

우원식 "한국당이 참여 약속해 당내 긴장감 떨어져 벌어진 일"

정우택 "참여 약속한 적 없다"

민주당이 지난 22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를 열었지만 정작 자기 당 의원 26명의 불참으로 표결 정족수가 미달돼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뻔했다. 야당은 "집안 단속도 못하냐"고 했고, 여권(與圈) 내에서도 "이게 무슨 망신이냐"는 말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정족수가 모자랄 기미를 보이자 본회장에서 집단 퇴장해 추경안을 무산시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께 보여 드렸다"며 "여도 야도 저는 패자라고 본다. 승자는 없다"고 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추경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하려 했다. 토요일에 본회의를 여는 경우는 드물지만 민주당이 "그만큼 추경이 중요하다"며 밀어붙였다. 그러나 표결 직전 한국당이 집단 퇴장하면서 정족수 150명(재적 의원 299명의 과반) 중 4명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본회의 참석을 약속해놓고 뒤통수를 쳤다"고 했다.

조선일보

"정족수 모자랍니다" 본회의장 대책 논의 - 정세균(맨 오른쪽)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표결이 지연되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맨 왼쪽)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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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체 의원 120명 가운데 26명도 불참했다. 외국에 나갔거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들었다. 전날 밤까지 "정족수는 충분하다"며 큰소리쳤던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한국당에 찾아가 "도와 달라"고 사정했다. 그 사이 의원은 3명 늘어 149명이 됐다. 다시 추경안이 처리될 조짐을 보이자 한국당은 입장을 바꿔 본회의장에 복귀했고 추경안은 가까스로 통과됐다. 찬성 140표, 반대 31표, 기권 8표였다.

표결 직후 야당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추경안 처리 불참을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중요한 추경을 앞두고 의원들이 외국에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여당의 무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바른정당은 "거대 여당이 자기 당 소속 국회의원들조차 단속하지 못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불참한 26명 중 24명은 해외 체류 중이었고, 우상호·송영길 의원은 각자 군대 간 아들 면회, 지역 행사로 자리를 비웠다가 국회로 오는 중이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외국에 나간 24명 중 공무상 출장은 강창일·금태섭 의원 등 15명이고, 나머지 9명은 사유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중에는 지도부에 사정을 알리지 않고 해외여행을 떠난 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선의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회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한 의원들이나 표결 참석을 거부하는 자들이나 도대체 눈 뜨고 볼 수 없는 작태들이 국민 면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성명을 내고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표결에 불참한 해당 국회의원들은 공식 사과하고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친문(親文) 성향 지지자들은 인터넷상에서 불참 의원 리스트를 작성해 돌리며 "탈당하거나 제명시켜야 한다"고 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용득 민주당 의원은 "장인·장모 살아 계실 때 효도 여행 한번 시켜드리겠다고 약속해 당에 사전 통보하고 여행을 갔다"고 해명했다. 공무상 미국으로 출장 간 금태섭 의원은 '아예 돌아오지 마라. XX야' '전화받아라. 18' 등의 페이스북 욕설 댓글에 "만약 중간에 귀국하라는 당의 요청이 있었으면 당연히 돌아갔겠지만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불참 사유 등을 알아보고 경고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겠다"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의결 참여를 약속해 긴장감이 떨어져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다시는 한국당의 말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초 의결 참여를 약속한 적이 없다"며 "또 정족수가 모자랄 것이란 생각에 퇴장한 게 아니라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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