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금 없이 잘라내는 D증권사의 교묘한 해고
그러나 요즘 금융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일각에서 교묘한 방식으로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킨 뒤 1년뒤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 전례없는 방식으로 인력을 잘라내는 ‘쉬운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희망퇴직이란 형식으로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인력감축에 나서는 종래의 과정은 생략된다. 당연히 명퇴금은 한푼도 쥐여주지 않는다.
재벌그룹 계열 D증권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인사평가제도를 통해 1년 365일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수순은 이렇다. 6개월마다 평가를 통해 급여를 결정하는데, C등급을 맞으면 급여가 대폭 삭감된다.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큰 폭의 삭감이다. 다음 수순은 계약직 전환이다. 급여 대폭 삭감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C등급자들은 좀 더 나은 성과급 시스템의 계약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경영진은 이를 끊임없이 유도한다.
그 다음 수순은 1년뒤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 즉 해고다. 1년전 정규직이었던 직원을 1년만에 명퇴금 등 아무런 보상 없이 자연스럽게 해고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이 최근 3년간 100명 가까이 된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만 수십명이 이런 수순으로 계약직 전환이 이뤄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노동3권 보장과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힘을 기울이는 이 때 정작 재벌그룹 계열 금융사에서는 정규직을 협박과 강요로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고, 이후 부당해고를 하는 전례없는 구조조정이 버젓이 벌어지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은 지나친 영업 압박과 부당한 등급제에 분노하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직원들의 분위기와 달리 이 회사 사장은 지금껏 승승장구하고 있다. 증권업계 장수 사장으로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봉도 급증했다. 2015년 그의 연봉은 7억원에 육박한다. 전년에 비해 40%가량 뛰었다.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D증권사가 ‘쉬운 해고’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일 이 회사 여의도 본사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전격 방문했다. 정규직의 강제 계약직 전환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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