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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美 CIA "北정권과 核 분리"…김정은 축출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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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포럼서 강경 발언

미국 정보당국 수뇌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축출 또는 정권교체를 암시하는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대북 압박 고조는 한국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형국이어서 대북 정책에서 한미 공조에 다시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마이클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핵무기 통제권을 가진 인물"이라며 "미국 정부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핵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떼어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 목표를 위해 국방부와 정보당국이 초안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정권교체를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국장은 "꼭 그런 뜻은 아니다"면서도 "북한 정권을 분리해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아마 북한 국민도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폼페이오 국장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이성적 인물로 보지만, 본인은 김 위원장이 정권 유지라는 핵심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정상적 인간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나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이용했던 중국 여행사 '영 파이어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s)'는 21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 여행사는 미국 당국이 이달 27일 북한 여행 금지명령을 발표한다는 것을 통보받았다"며 "이 명령은 이날부터 30일 후 발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도 중국 베이징 소재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가 27일 미 정부가 북한 여행 금지명령을 발표하고, 30일 후 실행에 돌입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 밴 홀런, 팻 투미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19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북한과 연관된 은행 업무 제한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북한의 은닉 자산 거래를 포함해 북한 금융사와 직간접적으로 거래한 금융사를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대북 금융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금융사에 대해서는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사안별로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아울러 법안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모든 핵·화학·생체·방사능 무기를 해체한 뒤에 재개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대북 압박 정책을 고조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 남북회담 제의 발표 하루 전에야 미국에 일방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미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미 워싱턴의 정부 소식통은 21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기 때문에 이는 협의가 아니라 사실상 통보를 받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감지된다"며 미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인사들은 우리 측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가 아닌 발표 직전 통보였다. 하루 전에 이런 중대한 제안을 말해주고 협의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시점에 동맹국에서 불쑥 남북대화 제의를 내놓은 데 대한 불만과 함께 동맹국 간의 사전 조율이 아니라 발표 하루 전에 전달받은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게 미국 측의 반응이다. 이 같은 미국 측 분위기는 백악관과 국무부 공식 입장 발표 과정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왔다. 지난 17일 정부의 남북 군사당국·적십자회담 발표 뒤 미국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싸늘하게 대답했다. 이어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나는 그 문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외교적 대화도 확인할 수 없다"며 냉랭하게 대답했다.

이에 대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일방적인 통보는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외교 당국자들은 "남북대화 제안을 미국 측에 하루 전에 통보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직접 우리와 협의했던 미 정부 당국자와 달리 다른 인사들은 소식이 늦어 발표 직전에 통보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국 측과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한 외교부 당국자는 "시점을 밝힐 수 없지만 미국에 관련 사안을 사전에 전달하고 협의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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