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최저임금서 상여금은 왜 빠져야하지? 대기업마저 '후폭풍'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도미노 임금 인상 우려

"최저임금 산입범위, 실질임금 내지 총액개념으로 넓혀야"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서명훈 기자,손미혜 기자 =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중견기업과 대기업까지 인건비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에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포함되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인데 그러다보니 연봉이 3700만원인 신입직원들의 연봉까지 올려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입직원들의 연봉이 인상되면 기존 직원들의 임금도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어 '도미노 임금인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내년 시급기준 최저임금은 올해 보다 16.4%오른 7530원으로 정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늘어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어들게 만들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초봉 309만원 대기업도 법 지키려면 월급올려야

대기업인 B사의 신입직원 초봉이 월 309만원이다. 월별 법정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나눌 경우 시급 1만4785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의 두배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올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최저임금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임금을 인상하든지 임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 이유는 임금 산입 기준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월 고정수당만 해당된다.

B사의 경우 기본급은 141만원에 월 고정수당은 6만원이다. 나머지는 복리후생적수당이나 상여금 등이다. 즉 최저임금법에 적용되는 월급은 147만원이고, 시급으로는 7033원이다. 내년 최저임금보다 500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최저임금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내년부터 기본급이나 고정수당을 시간당 500원, 월 10만4500원 인상해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용자(사업주)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B사 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대기업, 특히 제조업체들의 고민이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기본급의 비중이 낮은 대신 상여금 등이 높다. 다시 말해 많은 대기업들이 임금총액은 많아 보이지만 기본급이 적어 현재대로라면 최저임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연봉이 높기로 유명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의 임금 체계 특성이 기본급을 줄여놓고 상여금을 많이 올려놓은 구조"라며 "실제 받는 월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도 안되고, 적게 받는 달은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에 기본급이 미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임금 도미노 인상 우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거의 모든 기업들이 같은 고민을 하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월평균 464만원의 높은 신입직원 초봉을 지급하는 대기업 A사의 경우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보면 184만원이다. 시급 8804원으로 내년 최저임금보다는 많지만 1만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대기업들의 사정이 이렇다면 중견·중소기업들은 더 심각하다. 임금총액에서 기본급과 고정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기업보다는 크지만, 절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실제로 현재 많은 중소기업의 신입직원 월 급여총액은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따지면 당장 내년 최저임금인 7530원에도 한참 부족하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상여금 등을 포함해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천 남동공단내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초봉 기준으로 기본급은 올해 최저임금인 6470원에 월 법정근로시간인 209시간을 곱한 135만2230원이 지급된다"며 "여기에 정기상여금(기본급 400%)과 실적 등에 따른 변동상여금, 잔업이나 특근에 대한 수당(최저임금의 1.5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본급 말고도 수당이랑 상여금도 같이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신입직원들의 연봉만 인상하기도 어렵다. 임금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전체 직원에 대한 연봉 재조정을 해야 하고 이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전국 100인 이상 66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봉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49.9%를 차지했다. 신입사원 임금이 인상된다면 근로자 절반 가까이가 임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특히 근로자 수가 적은 중소기업에서 주로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사업장 수는 많지만 근로자가 많은 대기업은 대부분 호봉제를 직능급(14%)이나 직무급(12.9%), 역할급(5.4%) 등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인상 노미노가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신입직원의 연봉을 높이고 기존 직원들의 연봉을 조정하지 않으면 차이가 크게 줄거나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자연스럽게 이들 임금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상여금·숙식비 등은 제외…"최저임금 범위 넓혀야"

이러다 보니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산입범위 문제는 최저임금 결정 시기때마다 불거진 해묵은 논란이다. 하지만 그동안 '최저임금 수준부터 올리자'는 주장에 밀렸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 다시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최저임금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포함시킬 수 있는 임금은 근로계약을 맺은 임금과 직무수당 등 정도뿐 월할 정기상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수당중에서도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 따라 정근·근속수당, 결혼·월동·김장수당, 체력단련비, 연·월차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은 최저임금 범위에서 제외된다.

경영계는 총액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월할 정기상여금과 고정적으로 나가는 수당이나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해 실질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근로자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인 만큼 지급형식에 관계없이 기본급이든 상여금이든 정기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최저임금에 넣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렇게보면 최저임금 기준을 통상임금과 일치시키자는 주장도 가능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이나 프랑스는 성과급과 숙식비를, 미국과 일본은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상의 포럼에서 "현행 최저임금법은 기본급과 월 고정수당만 인정하고 있다"며 "(서민층) 생계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원래 취지에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임금은 굉장히 높지만 기본급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업도 있는데 기준을 현행대로 하면 이런 기업은 필요 이상으로 부담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jinebito@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