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회담' 제안에 계속 침묵
北, 노동신문 통해 우회적으로 "관계개선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
전문가들 "우리 스스로 시한 정해 회담 제안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비공식적으로는 "21일 회담은 쉽지 않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북한이 당장 회담 제의에 긍정적인 답을 보내오더라도 대표단 확정과 통신선 설치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해 물리적으로 '당일 개최'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통일부 관계자는 "21일 제안은 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을 목표로 설정한 거였으니 27일 전에 열리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회담 날짜를 미룰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정전협정 64주년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북에 제의했다.
이 같은 북한의 '무응답'에 대해 "북한이 '무시 전략'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첫 대화 제의에 퇴짜를 놓은 것"이라는 관측과 "남측을 더 초조하게 만들고 극적 효과를 높여 더 많은 것을 협상에서 얻어내려는 시간 끌기"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한편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신문은 최근 문 대통령의 미국·독일 방문을 가리켜 "친미·보수 세력의 장단에 놀아나는 반역적 망동" "구태의연한 대결 자세"라며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행위"라고 했다. 또 신문은 "대결과 적대의 악폐를 청산하는 것은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 민족 대단결의 넓은 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도 했다. 노동신문에 실리는 글은 사실상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보도 내용으로만 보자면 우리 정부가 뭔가 입장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바꾸지 않으면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선결 조건'을 언급한 것 역시 남측이 먼저 대북 태도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시한'을 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희대 주재우 교수는 "애초에 휴전협정일을 시한으로 정해 회담을 제안한 것 자체가 전략적이지 못했다"고 했다. 김승 전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은 "우리 스스로 시간에 쫓겨 회담을 제안한 순간 북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21일 이후에라도 북한이 회담을 받거나 역제안 형식으로 회담의 불씨를 살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위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회담에 나오려 할 것"이라며 "시한을 넘기거나 조건을 달아 다시 우리에게 공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여기는 북한은 앞으로도 한국 무시 전략을 쓰며 미국만 상대하려 들 것"이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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