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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리셋 코리아] 미국 요구 따라 외교정책 폈다간 큰 코 다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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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제안

미국, 북핵 막으려 중국 압박할 때

충돌 피할 선제적 대응책 마련 필요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는 곤란

한·미·중·일·러 vs 북 구도 전환을

외교 제대로 하려면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대북 추가 제재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 등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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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순방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약 9개월의 정상외교 공백을 깬 문재인 대통령의 귀국 후 일성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현실적으로 있지 않다”(7월 11일 국무회의)는 것이었다. 냉혹한 외교 전장에 데뷔한 솔직한 소감이었다.

문 대통령은 미·중·일·러 등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주도권 행사 의지를 확실히 밝혔다. 또 박근혜 정부가 택했던 제재·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도발(7월 4일)은 이 같은 신정부의 의욕에 찬물을 끼얹었다.

도발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김정은식 선언에도 문 대통령은 ‘7·6 베를린 구상’ 발표에 이어 ‘7·17 대북 패키지 제안’(군사·적십자 실무회담)까지 ‘마이웨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의지는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주변국의 지지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압박이 필요한 때’라는 미국·일본과 대화에 적극적인 중국·러시아의 접근법 차이는 더 벌어지기만 하고 있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분과장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위원들은 지난 13일 회의에서 ‘한·미·일 vs 북·중·러’로 상징되는 냉전시대 대립 구도가 재연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회의에 불참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서면 의견을 제시했다.

북한의 화성-14형 도발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미국의 의지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윤 전 원장은 “역대 미국 정부들이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합법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도 제재) 채택을 자제해온 것은 미·중 간의 상호 의존관계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북한의 화성-14형 발사는 미국의 본토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한·미 안보태세에 근본적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중국 금융기관 및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물론 대만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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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만 이용해 중국 압박 나설 수도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중국 은행 제재보다 더 강력한 것이 대만 카드”라며 “최근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했는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같은 무기를 팔면 중국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천 이사장은 “지금 미국은 중국이 이런 전략적 고민을 하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구도”라고 강조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걱정스러운 대목은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를 가동할 때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북한에 대해 전향적 정책을 내세우는 현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상당히 어려운 과제로 인식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한·중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엔 북핵 공조와 사드 따로 대응을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정작 중국은 사드와 북핵 위협 해소를 별개의 투 트랙으로 보고 있다”며 “사드 문제가 모든 한·중 관계를 지배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정부 정책에 유연성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각수 전 대사도 “사드와 북핵을 연관 짓는 것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다른 한·일 관계도 없다고 인식했던 박근혜 정부 때처럼 위험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를 계속 지연시키면 미국의 전격적인 사드 철수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데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천 이사장은 “중국을 상대로 한 좋은 출구는 ‘지난 정부가 저질러 놓은 일이라 우리가 되돌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것인데 지금은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오히려 중국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스스로의 딜레마를 연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이사장은 이어 “(미국 내에선) 한국이 보호받기 싫다고 하면 사드를 철수시켜 다른 급한 곳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미 의회에서 왜 10억 달러(사드 배치 비용)를 썩히고 있느냐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신각수 전 대사도 “사드에 대해 우리 원칙은 확고히 가져가면서 미국과 중국에 일관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어떤 것은 미국에, 어떤 것은 중국에 좋게만 이야기하는 것은 오래갈 수 없는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입장 무조건 따라가서도 안 돼

위원들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한·미·일 3국의 안보 및 방위 협력’이 포함된 점을 주목했다. 천 이사장은 “중국 입장에서는 북핵을 핑계로 한·미·일 안보방위협력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보수정부 때는 미국이 요구해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정상회담 결과물에 넣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우리의 선택을 제약하는 선언적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의문을 던졌다.

위성락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이 이미 개념화한 틀을 그대로 복창하며 따라가는 것은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줄일 수 있다. (3국의) 방향은 공유하면서도 상황별로 우리 입장을 말할 것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각수 전 대사도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3(한·미·일) 대 3(북·중·러) 구도’처럼 인식되는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구도”라며 “현 상황은 ‘3(한·미·일) 대 2(중·러) 대 1(북한)’로 보는 것이 정확하고 향후 과제는 이를 ‘5(한·미·중·일·러) 대 1(북한)’ 구도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옥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염두에 두고, 시 주석을 만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하면서 협상에 임하는 복합적 사고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미 동맹부터 공고히 해놓고 이를 토대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단계적 접근이 아니라 한·미 및 한·중 관계를 한꺼번에 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차세현·유지혜·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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