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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실속 路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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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박영훈 九단 / 黑 최철한 九단

〈제2보〉(23~39)=두 기사는 기묘한 사이다. 몸치로 유명한 박영훈이 최철한 결혼식 때 뻣뻣한 몸으로 축하 공연에 나설 만큼 절친이지만, 피차 절대로 져서는 안 될 타도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쪽이 세계 대회서 고공 행진을 하면 다른 한쪽은 노골적으로 배 아파 한다. 일상에서의 부드러운 성격은 닮았는데 바둑을 풀어가는 방식은 정반대다. 최철한에게 바둑은 전투이고 박영훈에겐 계산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인지, 구동존이(求同存異)라 해야 할지.

초반의 빠른 진행도 두 기사의 자신감과 자존심을 반영한다. 하지만 △ 걸침에 23으로 협공하자 13분을 쓰고 24로 붙였다. 박영훈은 참고 1도처럼 판이 좁아지는 대형 정석을 싫어하는 기풍이다. 27로 참고 2도처럼 둘 수 있지만 지금은 실전보 □가 미리 와 있어 내키지 않는다.

28 붙였을 때 29가 지금 상황에선 정수. 참고 3도 1로 웅크리는 정석도 있지만 지금은 백에게 2, 4로 뿌리 내릴 기회를 주게 된다. 29면 38까지는 거의 외길 코스.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길로 가고 있다. 39로는 '가'의 한 칸 뜀이 일감인데 백 '나' 이후 '다'나 '라'의 침입이 보여 실속 위주 노선을 택했다. 전운이 무르익어 간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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