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인터뷰
카카오뱅크 ‘판매 채널’ 협업 기대
당장 비용 들어도 미래 보고 투자
경쟁사 감원 때 사원 더 뽑은 이유
신뢰가 생명, 기업공개 1위 자부심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전과 관련해 “자금 조달 경쟁이 아니라 운용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본다”며 “IB란 본질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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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유 사장을 만났다. 바로 일주일 전인 7일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을 했다. 유 사장은 “IB란 본질에 충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자산 관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트레이딩 등 모든 부분을 균형 있게 키워나가면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Q : 동시에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 신청을 했다.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A : “발행 어음 업무를 놓고 봤을 때 1개사의 자본금을 4조원이라고 가정하면 최대 8조원을 발행할 수 있다. 한국 전체 금융시장을 놓고 봤을 때 큰 규모가 아니다. 바로 한도를 다 채우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수수료를 깎아가며 과당 경쟁을 할 시장이 아니다. 자금 조달의 경쟁이 아니라 운용의 경쟁이다. 이런 경쟁이 국가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Q :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다. 어떤 협업을 기대하나.
A : “카카오뱅크를 직접 운영하진 않지만 당연히 큰 관심사다.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종류의 금융 채널이면서 은행이고 온라인 판매 채널이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다양하게 공급해주는 게 관건이다. 우리의 역할은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뿌려주는 역할인데 그 채널로서 카카오뱅크가 상당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Q : 정보기술(IT)과 은행, 증권, 자산운용의 영역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A : “전세계적으로 유니버셜뱅크(은행·증권·보험 겸업) 방향으로 가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다시 분업화로 가고 있다. 자본시장은 기본적으로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이것은 상업은행의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 한국 금융권에서 중복 업무가 늘어나긴 하겠지만 본질까지 섞지 못할 거다.”
Q : 1년은커녕 하루가 다른 증권시장이다. 10년 이상을 CEO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A : “세월이 참 빨리 갔다. 나는 임기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일 그만둬도 좋고, 10년을 하다 그만둬도 좋다는 얘기다. 대신 의사 결정의 기준을 30~50년 후로 삼았다.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것은 지금으로 보면 손실이다. 10여 년 전에 베트남에 진출한 것도 30년을 바라보고 한 일이다. 30년이면 내가 여기 있지도 않을텐데. 당장은 비용이겠지만 쌓이다 보면 다 신용으로 쌓이고 회사가 발전하고 그런 게 아니였나 싶다.”
Q : 지난 10여 년을 되돌아보면.
A : “10년을 넘어 11년째에 접어들면서 딱 두 가지 자랑스러운 게 있다. ‘오래 했다’ ‘회사가 돈을 잘 번다’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공개(IPO)를 제일 많이 한 회사다. 취임한 2007년 초부터 올해 3월까지 123개더라. 같은 기간 두 번째가 84개, 3등은 56개다. 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데 힘을 보탰구나 생각하면 뿌듯하다.
지금도 출장 같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IPO를 담당한 기업의 상장 기념식 때마다 한국거래소에 다 가본다. 또 2013년 이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증권사 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안 한 회사는 한국투자증권밖에 없을 거다. 남들이 구조조정할 때도 빅4 증권사와 비교해 2.5배의 신입사원을 더 뽑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입사원을 뽑는 이유는 30년, 50년을 바라봐야 하니까.”
Q : 증시 그리고 한국 자본시장을 평가하고 전망한다면.
A : “코스피는 점프할 때가 됐다. 하지만 한국 자본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거의 못받고 있다. 지금 투자자에게 확실한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앞으로 큰 위기가 닥칠 거다. 고객의 수익과 믿음을 기본으로 해서 가지 않으면 여기서 더 성장하기 어렵다. 몇 년 전부터 직원 평가, 지점 평가에 고객 수익률도 넣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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